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대 영국 최장기간 통치 군주로

입력 2015-09-08 17:02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역대 영국 군주 중 최장 통치 기록을 경신하는 9일(현지시간) 별도의 기념식 없이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만찬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버킹엄궁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통치 기간을 되돌아보는 사진 전시회를 연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오후 4시30분을 기점으로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 기간(1837~1901)인 63년 7개월 2일을 넘어서 역대 영국 군주 가운데 가장 오래 통치한 군주가 된다. 8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에 있는 발모랄 성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은 이날 스코틀랜드의 증기 열차 개통식에 참석해 시승하는 공식 일정을 보낸 뒤 저녁에는 발모랄 성에서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만찬을 가질 계획이다.

같은 날 버킹엄궁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통치 기간을 되돌아보는 사진 전시회를 연다. 영국 조폐국 역시 이날을 기념해 여왕의 공식 초상화 5개 중 하나씩이 실린 20파운드(약 3만6800원)짜리 은화를 발행하기로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여론에 따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으나 최장기간 통치를 기념하는 일정을 따로 세우지는 않았다. 재임 60주년인 2012년 영국 전체가 축제분위기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영국 왕실 관계자는 “여왕은 선왕 조지 6세가 서거한 뒤 통치기간이 시작된 데다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기록을 넘어섰다고 해서 이날을 특별히 축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89세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군주다. 공주 시절인 1945년에는 육군 중위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대위로 제대했다.

1952년 왕위에 오른 이래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사건 등 굴곡도 겪었으나 1992년 윈저성 대화재 당시 왕실의 면세 특권 포기 결정 등 고비마다 모범을 보이는 행동으로 국민들에게 신망을 얻었다. 신중하면서도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통치 스타일로 근대 영국의 입헌민주정치 체제 확립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9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방한, 73번째 생일을 맞아 안동 하회마을에서 한식 전통 생일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최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실시한 ‘가장 위대한 영국 여왕’을 꼽는 설문조사에서 27%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국 브랜드 평가 컨설팅 업체 브랜드파이낸스는 기업으로 따졌을 때 영국 왕실이 지닌 가치가 567억 파운드(약 100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