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그려내는 드라마틱한 엄마들

입력 2015-09-08 16:40 수정 2015-09-08 16:41

드라마 속 엄마들은 드라마틱한 존재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엄마의 삶 뿐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드라마틱한 경우가 많다. ‘과연 저런 엄마가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의 모습으로도 종종 그려진다. 최근 새로 시작한 TV 드라마들이 다양한 엄마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사랑과 애증은 종이 한 장 차이…‘앙숙’ 엄마와 딸=드라마 속 엄마와 딸은 보통 가장 친한 친구이거나 앙숙이다. 지난달 시작한 ‘부탁해요, 엄마’(KBS)의 엄마(고두심)와 딸(유진)은 앙숙에 가깝다. 딸은 장남(오민석) 밖에 모르는 엄마 때문에 재능과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살았다. 무능한 아빠 탓에 가계를 책임졌던 엄마는 변호사가 된 장남에게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다.

모녀 사이에는 애증이 넘친다. 다정한 대화보다 악다구니가 오고 간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두 사람은 가장 든든한 서로의 편이 돼 주는 ‘진한’ 관계다.

‘부탁해요, 엄마’처럼 모녀가 앙숙으로 그려지는 경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다. ‘무능한 아빠’와 ‘이기적인 오빠’(또는 남동생)다. ‘부탁해요, 엄마’에도 모녀 사이를 망치는 두 존재가 등장한다. 여동생의 희생 덕에 살지만 고마운 줄 모르는 이기적인 오빠는 모녀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착하고 무능한 아빠(김갑수)는 언제나 딸 편이지만 억척스러운 아내 눈치를 보며 산다. 모녀 사이에서 아빠의 역할은 미미하다.

◇왜곡된 사랑 보여주는 ‘아들 바보’ 엄마=드라마 속 엄마의 또 다른 이름은 ‘시어머니’다. 엄마의 이야기에 시어머니는 빠질 수 없다.

‘별난 며느리’(KBS)에는 아들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시어머니(김보연)가 등장한다. 아들을 애인처럼 여기고 결혼한 아들(기태영)에게 침대에서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하는 ‘별난 엄마’다. 집착이 심해 며느리(손은서) 몰래 아들 집 비밀번호를 바꿔 놓는 기행까지 서슴지 않는다.

‘부탁해요, 엄마’에서 존경 받는 사업가로 나오는 엄마(김미숙)도 건축가인 아들(이상우)에게 왜곡된 애정을 표현한다. 아들 사업을 몰래 도와주거나 간섭하고, 아들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거부한다. 결혼 전 두 사람의 갈등은 사소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결혼 전이지만 예비 며느리(유진)의 갈등이 예고된 상황이다.

드라마에서 유독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의 특징은 아들을 ‘홀로 키웠다’는데 있다. 김보연이 연기하는 엄마는 바람난 남편과 이혼했다. 김미숙이 연기하는 엄마는 미혼모다. 드라마가 즐겨 쓰는 이 공식은 ‘홀어머니는 반드시 피해야 할 시어머니’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다는 비난도 자주 받는다.

◇‘엄마도 짜장면을 좋아 한단다’=드라마에서 모성애는 희생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새 주말연속극 ‘엄마’(MBC)도 뒤늦게 ‘내 삶을 찾는’ 엄마가 나온다. 젊은 시절 홀로 4남매를 키우며 자식밖에 모르던 엄마가 자식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로맨스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엄마의 희생은 ‘돈 문제’와 단단하게 연결돼 있다. ‘엄마’의 엄마(차화연)도 어떻게든 유산을 받으려는 4남매에게 돈을 주는 대신 독립된 인간으로서 엄마의 삶을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억척스러움에 가려 있던 엄마의 ‘여자 감성’이 이야기의 줄기를 이룬다.

드라마 속 엄마가 ‘나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자식은 주로 걸림돌로 나온다. 그래서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자신이 더 중요해 자식을 내버리는 엄마도 드라마가 즐겨 쓰는 소재다. 지난주 처음 방송된 ‘내 딸, 금사월’(MBC)도 그렇다. 외도로 낳은 딸(백진희)과 엄마(전인화)가 서로를 알아가고 관계를 회복하는 게 주된 줄거리다. 담당 백호민 PD는 “한국의 어머니는 거미 같은 인생을 산다고 볼 수 있다. 자기희생을 하면서 자식들을 키우는데, 그런 엄마의 모습을 핵심적으로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