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속 엄마의 모습은…“초능력”

입력 2015-09-08 16:45

“실전이 대단한 건 줄 알아? 늘 겪고 있다. 지난 긴 세월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난 언제나 실전이었다. 모든 걸 각오하는 게 실전이야. 난 괴물도 될 수 있어.”

강풀 작가의 신작 ‘무빙’에 나오는 ‘봉석이 엄마’의 대사다. ‘모성애’는 뭉클한 감정에 그치는 게 아니다. 매일 ‘실전’으로 구현된다. 다음에서 연재 중인 웹툰 무빙은 초능력을 가진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을 이용하려는 세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는 이야기다. 무빙은 모성애를 삶에서 구현해내는 엄마의 모습을 초능력이라는 장치를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만화에서도 엄마는 종종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다음 웹툰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작가 사자토끼)에도 두 명의 엄마가 나온다. 생선가게를 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들을 둔 엄마와 남편에게 맞고 사는 자신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딸을 둔 엄마가 그들이다. 두 엄마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여자와 함께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복자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웹툰도 ‘엄마의 실전’이 어떤지를 보여주고 있다.

만화 속 엄마들은 아무리 극적인 상화에 있더라도 TV 드라마에서보다 공감되는 모습으로 그려질 때가 많다. 만화는 드라마와 달리 작품 하나를 만들 때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거나 수많은 사람들이 이해관계로 얽혀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무리하게 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상을 다룬 만화에 등장하는 엄마는 그야말로 ‘우리 엄마’ 이야기다. 다음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작가 난다)에서는 ‘엄마가 되고 보니 친정엄마가 더 늙기 전 엄마의 레시피를 챙기게 된다’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야기의 줄기 못잖게 독자의 공감을 자아낸 모녀의 대화 한 토막을 옮겨보면 이렇다.

“여기 청국장도 섞은 거지? 얼마나 넣어?”(딸) “많이는 넣지 말고. 조금 떼서.”(엄마) “한 숟가락? 된장은?”(딸) “전에 너희 집 냉동실에 청국장 있대? 그거 쓰면 돼. 된장 쓰고 나면 따독따독 덮어 놔야 된다.”(엄마) “멸치 다시 물에 된장, 청국장, 고추장 넣고 그 다음엔?”(딸) “된장도 맛있는 거 써야지. 엄마는 다 메주 떠서 엄마가 만들거든.”(엄마)

대화 끝에 작가가 적어 놓은 한 줄, ‘본인 할말만 하심’은 보는 이를 슬며시 웃게 만들었다. ‘아, 우리 엄마랑 똑 같네’ 하고.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