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공천 혁신을 담은 10차 혁신안까지 발표하면서 사실상 활동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한 달여 만인 5월 27일 출범한 혁신위는 당내 계파갈등 치유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면서 계파를 초월한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혁신위의 활동이 빛보다는 그림자가 더 짙었다고 평가했다.
◇백화점식 혁신안, 계파 갈등은 그대로=문재인 대표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삼고초려 끝에 지난 5월 24일 혁신위원장에 임명했다. 김 위원장이 첫 기자회견에서 최우선으로 강조한 것은 계파주의 척결이었다. 그는 첫 기자회견에서 “지금부터 혁신위원회의 활동기간 중 패권과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파의 모임조차 중지하기를 요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당의 계파주의가 완화됐다는 평가는 거의 없다. 오히려 계파 갈등은 더욱 노골화됐다. 현역 의원 평가, 국회의원 교체 지수 도입 등 혁신안이 발표될 때마다 계파별 유·불리 논란으로 당은 들끓었다.
특히 총선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권리당원을 제외하고 국민 100%로 치르기로 한 공천혁신안(10차 혁신안)이 바로 전날 발표되면서 호남·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정치평론가 유용화씨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참여 경선은 사실상 친노(친노무현)에게 유리한 경선이라는 게 여러 차례 증명됐다. 권리당원 배제는 사실상 호남 배제”라며 “혁신위의 중요한 역할은 새정치연합 분열을 막는 것인데 되레 혁신이라는 이상적 명분 아래 당은 분열시키는 공천 혁신안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10차 혁신안은 당원 연수 의무화 등 당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 3차 혁신안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위 활동 막바지가 되면서 혁신위원들의 개별 발언들이 계파 갈등을 더 키우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비주류 의원의 반발을 ‘기득권’ ‘철새’ ‘영주’ 등으로 반박한 것은 ‘선악 이분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이내영 교수는 “혁신이라는 게 당내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그 내용이 구체화되는데 비노(비노무현)든 누구든 우려를 하게 한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혁신안이 없어서 혁신이 안 되는 게 아니라 혁신이 특정 계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레토릭’이란 의심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친노들이 먼저 기득권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의원정수 논란 공방, 당 지지율은 제자리=혁신위는 혁신의 범위를 넘어선 현안까지 건드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5차 혁신안에 담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의원정수 확대 논란이다.
의원정수 확대는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 일임에도 혁신위가 이를 제안하면서 방향을 잃었고 여야 공방만 확산됐다. ‘야당’ 혁신위가 할 수 있는 권한 밖의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이정희 교수는 “의원 정수문제나 혁신안에서 쉽게 내놓을 수 있는 안은 아니었다”며 “그런 문제로 괜히 소모전을 펼치는 것보다 당내 통합문제에 좀더 관심을 갖고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도 “이번 혁신안은 당의 근본적인 이념·조직·인물문제를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파급력이 없었다”며 “국회의원 정수, 투표시간 연장 문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정당학회에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혁신위는 정작 당 내부 사안인 한명숙 의원 대법원 유죄 판결, 윤후덕 의원 딸 청탁 전화 논란 등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외부인사로 구성된 혁신위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김준석 교수는 “좋은 개혁안을 만들더라도 과연 외부인사로 구성된 혁신위가 얼마나 추진력 가질 수 있냐의 문제가 있다”며 “당권을 쥐고 있는 분들이 외부 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건 공정성을 위한다는 것도 있지만 책임을 면하자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위의 활동에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당 지지율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혁신위 출범 직후인 5월 넷째주 당 지지율은 23%였고, 9월 첫째주 지지율은 22%에 그쳤다. 혁신위가 당 지지율 견인에 사실상 도움이 되지 못한 셈이다.
임성수 고승혁 기자 joylss@kmib.co.kr
[기획] “빛보다 그림자가 짙었다”…새정치연합 혁신위
입력 2015-09-08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