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미래, 여교역자를 세워라②] 청빙 좁은 문 통과했더니…깨지지 않는 ‘유리천장’

입력 2015-09-08 16:52
서울 A교회 선임부목사인 B씨(48·여)는 담임목사 청빙과정 중에 들은 성도들의 말 때문에 상처를 받고 7년간 사역한 교회를 지난해 그만뒀다. B목사는 “담임목사 은퇴 후 성도들이 같은 직위인 남성 목회자들에겐 ‘청빙 서류를 제출하라’고 권하면서 내겐 ‘새 담임이 와도 부목사를 할 수 있도록 부탁하겠다’고 말하더라”며 “으레 40~50대 초반 남성 목회자를 담임으로 생각하니 자리를 피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늘구멍처럼 좁은 기회를 뚫고 교회 청빙을 받은 여성 부목회자라도 계속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목회 현장에서 남성 교역자와 성도들의 성차별적 언행과 편견을 받는 것은 물론 주요 보직에서 밀리는 게 현실이다.

◇전도사→목사안수→교회청빙 수순…여목사에겐 ‘언감생심’=남성 목회자들은 보통 부교역자 생활과 목사안수 준비를 병행한 뒤 담임목사로 청빙 받는 순서를 거친다. 하지만 여성 목회자들은 청빙 교회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현실을 감안해 목사안수를 받지 않거나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여교역자협의회가 2013년 발표한 ‘담임(단독)목회의 현실과 과제’에 따르면 교단 전도사 556명 가운데 272명(48.9%)이 여성이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2년간 교회에서 사역했지만 목사안수를 받지 않은 100명의 ‘준목’ 가운데 57명(57%)이 여성이다. 전도사와 준목은 여성이 남성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목사안수를 받은 여성은 전체 목사 2723명 중 291명(10.7%)으로 급락한다.

단독 목회하는 여성목사의 비율은 이보다 더 낮다. 전도목사를 포함한 여성 단독목사는 79명으로 기장 전체 단독목사 1478명 중 5.3%에 불과했다. 대신 목회지가 없는 여성 무임목사는 비교적 높은 편인데, 전체 여성목사 291명 중 108명(37.1%)에 달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여성목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장통합 ‘2014년 교단총회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목사 1만7468명 가운데 여성목사는 1477명(8.5%)에 불과했다.

여성목사를 사역별로 보면 부목사가 494명(2.8%)이었고 전도목사 353명(2.0%), 임시목사 298명(1.7%), 무임목사 158명(0.9%) 순이었다. 당회가 구성된 교회에서 정식 위임받지 못하거나 사역을 쉬는 여성목사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무 편중 심각…‘목사보단 사모 역할 종용’=교회에 깊게 뿌리내린 성역할 고정관념은 교회 내 여성 목회자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든다. 서울 C교회 부목사 D씨(40·여)는 “그동안 주로 유치·어린이부 등 교육부서나 여신도·새가족 부서를 맡았는데 남성 부목사는 청년부, 행정·재정위원회, 공동의회·당회 준비를 맡는다”며 “계속 이쪽 사역만 한다면 교회 전체를 보는 훈련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남성 목회자에겐 시키지 않는 책상 정리나 설거지, 커피 심부름 등의 잡무를 여성 목회자에게 떠넘기는 교회들도 있다.

남편이 목회자인 여성 목회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한 대형교회 부목사를 남편으로 둔 E목사(43)는 남편 때문에 담임하던 교회를 2년 전 떠났다. E목사는 “남편 교회 관계자가 ‘우리 교회는 부목사도 필요하지만 부목사 사모도 필요하다’면서 목회 포기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라도 남편 목회에 누가 될까봐 사역을 포기하고 비정부기구(NGO)에 취업했다”며 “목회자 아내가 목회자라도 사모 역할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교계 풍토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담임목회 하더라도 미자립교회가 대부분=목사안수를 받고 담임목회를 하더라도 여성목사들은 재적 교인 50명 이하의 미자립교회를 담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도사를 포함한 기장 총회의 여성 담임목회자 수는 114명인데 이들 중 9명(7.8%)만이 재적 교인 50명 이상인 교회에서 사역한다. 교인 수가 적다 보니 자연히 교회 살림살이도 영세하다. 여 목회자가 담임인 114개 교회 가운데 한 해 예산이 3000만원 이하인 교회가 99개(86.8%)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혜진 기장 여교역자협의회장은 “114개 교회 중 재적 교인이 50명 이하인 곳이 105개라는 건 처음부터 중대형 규모 교회에 청빙 받는 여성 목회자가 거의 없다는 뜻”이라며 “주로 오지 교회만 여성을 청빙하고, 부수적 업무만 맡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여성 목회자의 안수 기피·목회 중도 포기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민경 김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