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11건, 총 9000만원. 은행권의 월세 대출 현황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8일 제출한 은행권 월세대출 자료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전체 은행권의 월세 대출 실적이 제로에 가까웠다. 7개 시중은행의 월세대출 건수는 다 합쳐 11건에 그쳤고, 건당 평균 잔액이 800만원 수준이었다. 이 의원은 “저소득층이나 대학생, 취업준비생 대상의 월세 대출 실적이 없는 것은 결국 보여주기 상품을 만든 것”이라면서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월세 대출은 주거 환경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면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2013년부터 은행권이 팔고 있는 상품이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등에서 일부 판매하고 있지만, 통합 전 외환은행은 월세대출 건수가 아예 없고, 하나은행은 딱 1건이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3건과 4건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를 내는 세입자는 1~2개월 정도만 대출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금리가 약간 높더라도 차라리 마이너스 대출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월세 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5.30%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2배에 가깝다. 마이너스 대출보다는 낮지만, 집주인-은행-세입자가 3자 간 약정을 맺어야 해서 번거롭다. 월세를 못 내 은행 돈을 빌려야 하는 서민 입장에서는 1~2년치의 금액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으면 장차 부담이 더 크다.
애초부터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이 필요한 대학생이나 저소득층 입장에서도 금리가 2%대인 정책자금 대출을 더 선호한다”며 “은행들은 상품을 개발한 뒤 열심히 홍보를 했지만 고객 입장에선 별 매력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은행권 월세 대출 달랑 11건, 왜?
입력 2015-09-08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