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자회사 빨리 팔겠다”

입력 2015-09-08 16:01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일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비금융 자회사 118개 중 지원 목적이 달성된 곳은 신속히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 산업은행의 정책 금융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업무를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산은이 거느리고 있는 비금융자회 중 구조조정이나 창업 지원의 목적이 달성된 기업은 조속히 매각을 추진하겠다”며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도 매각 대상이며 벤처 지분도 팔아야 맞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산업은행의 업무 전반에 걸쳐 대수술 작업에 착수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이명박 정부에서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사실상 실패, 다시 국책은행으로 복귀하는 과정에 있다. 이 과정에서 가계대출이 3조원이 넘을 정도로 늘었고,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회계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는 질타도 받고 있다. 임 위원장은 산업은행의 자회사 중 부실기업으로 문제가 되는 곳은 “20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국회는 이달 실시될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 부실 은폐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매각 검토 대상인 자회사는 비금융권 118곳이지만 모두 다 팔 수는 없고 어느 정도 완성된 업체들은 시장에 돌려주는 차원”이라며 “지금 산업은행이 투자한 곳은 대부분 중소벤처기업”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자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268곳이고, 투자형 펀드를 제외하면 120여곳이다.

산업은행의 118개 비금융자회사의 장부가격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위는 이 중 20여 곳을 먼저 매각 대상으로 선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과 대우건설도 매각 대상”이라며 “다음달 중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 강화 방안과 함께 비금융 자회사 매각에 관한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자산 매각을 서두를수록 부실기업 처리는 더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이미 부실판정을 받은 대우조선과 ‘좀비기업’으로 분류한 곳까지 팔려고 할 경우 어느 곳도 제값 받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실 기업은 사실 팔수도 없는 처지”라며 “빨리 매각이 가능한 곳부터 분류해야 하는데 아직 몇 군데 자회사 얼마가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을지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금융위가 산업은행의 자회사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대우조선 부실이 드러난 이후 국내 금융권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한국의 국책 금융기관이 2조원이 넘는 대규모 부실을 간과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은행 건전성을 가늠할 국제경제은행(BIS)지수가 부실 기준인 8.0에 턱걸이하고 있는 점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국책금융기관의 안정성이 위협 받을 경우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자회사 매각은 넓게 보면 BIS비율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