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배우가 말하는 '사도'는 어떤 영화?

입력 2015-09-08 16:33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사도세자. 16일 개봉되는 ‘사도’는 임금에 의해 세자가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숨진 1762년의 ‘임오화변’을 다뤘다. 영조는 세자의 죽음을 확인하고 ‘생각할 사(思), 슬퍼할 도(悼)’의 시호를 내린다. 영화는 영조~사도세자~정조의 조선왕조 3대에 걸친 56년의 역사를 실록에 근거해 그려냈다.

‘소원’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이준익 감독은 “모두가 아는 사건 속 잘 알지 못했던 인물들의 사연을 담고 싶었다”면서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클라이맥스를 완성할 수 없었다. 유아인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에 깜짝 놀랐다”고 주연배우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또 “비극을 통해 아픔과 슬픔을 정화시킬 수 있다면 혼돈의 시대에 사도를 다시 불러내는 것도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제목은 ‘사도’이지만 영조의 심리변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영조를 연기한 송강호는 “‘관상’으로 사극을 했지만 왕 역할은 처음”이라며 “영조는 평생 왕위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자신과 싸워온 인물이다. 그로 인해 아들에게 비극적 운명을 가하는 과정을 관객들이 공감하도록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혜경궁 홍씨 역을 맡은 문근영은 “3대에 걸친 비극적인 가족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산증인이자 아들을 위해 남편의 죽음을 외면해야 했던 딜레마를 지닌 여인이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꼭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세자의 어머니 영빈을 연기하는 전혜진은 “아들의 죽음을 목도해야만 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터져버리는 것 같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황산벌’ ‘왕의 남자’ 등 사극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이 감독은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을 가지런하게 전달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라디오 스타’ ‘님은 먼 곳에’ 등에서 들려준 음악은 경쾌하면서도 구성진 국악으로 환치시켜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이에 힘입어 ‘사도’는 내년 제8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12세 관람가. 125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