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 위한 농어촌 직거래 장터

입력 2015-09-08 16:48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백로를 맞은 8일 전국 농어촌 교회에서 땀 흘린 수확물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사랑글로벌광장에 펼쳐졌다. 전국 46개 농어촌 교회에서 생산된 농수산품들은 ‘진도 미역’ ‘의성 마늘’ ‘영주 사과’ 등 100종을 넘어섰다.

지난 1월 출범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회자립지원위원회(위원장 박무용 목사)가 미자립교회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를 연 것이다. 교회별로 마련한 부스에는 사랑의교회 성도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까지 이어져 광장은 잔칫날처럼 시끌벅적했다.

해남 땅끝 마을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어불도교회에서 온 장홍성(62) 목사는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부스 뒤편에서 멸치와 미역 상자를 옮기느라 바빴다. 장 목사는 “어제 저녁 7시간 넘게 걸려 서울에 도착해 차량에서 새우잠을 잤지만 피곤하기는커녕 힘이 샘솟는다”면서 “재정적으로 도움도 되지만 사역을 위한 에너지가 채워진 것 같아 더 기쁘다”고 말했다.

양병국(53·김제 동명교회) 목사는 농약 한 번 치지 않고 키워냈다며 기자의 입에 손수 삼채를 넣어줬다. 양 목사는 “전국 팔도에서 온 농어촌 지역 목회자들을 만날 수 있어 장터에서 힐링 받고 있는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제99회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예장합동 소속 1만1127개 교회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305개 교회가 미자립 상태다. 박무용 위원장은 “자립교회가 미자립교회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이번 직거래 장터가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모판인 농어촌 교회 사역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교회자립지원위 실행위원장 오정현 목사는 개회예배 설교에서 “사랑글로벌광장이 한국교회 전체를 위한 영적 공공재로 쓰임 받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도시 교회의 뿌리이자 모판이 농촌 교회임을 마음에 새기고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백남선 예장합동 총회장은 격려사에서 “제일 복된 모임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모이는 것”이라며 “농어촌 사역을 돕는 일에 온 마음으로 동참하면서 건강한 농수산물도 얻어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교회자립지원위는 전국 7개 권역별로 직거래장터를 확대하고 미자립교회 지원이 가능한 교회를 조직할 계획이다. 농어촌 교회가 생산한 농수산물을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인터넷 직거래 홈페이지도 제작하기로 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