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작업으로 재능기부하는 대구보건대 이종서 교수

입력 2015-09-08 16:28

지난 5일 오전 9시. 대구 중구 계산동 이상화 고택 앞에서 대구보건대 뷰티코디네이션학부 이종서(50·사진) 교수가 학생 4명과 함께 연극배우들의 얼굴에 열심히 분장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분장을 해야 할 배우들은 무려 32명.

11시부터 이상화·서상돈 고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무료연극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공연이 시작되기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공연 20분전부터 관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근대골목투어 신청자와 외국인 관광객, 울산에서 온 중앙여고 학생 30명 등 이날만 300여명의 관람객이 자리를 잡았다.

공연은 을사늑약 체결과 3·1만세 운동, 국채보상운동, 이상화 민족시인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40분간 계속됐다.

이 연극은 2009년 10월부터 시작됐다.

대구문화재단이 도시문화브랜드사업을 공모했고 극단CT가 이 연극을 기획해서 채택됐다.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관람객을 맞이한 공연은 횟수가 120회를 훌쩍 넘어섰다. 서울 인사동, 독도, 독립기념관 등에서 특별공연도 했다.

이 공연은 한국관광콘텐츠 100선 중에 7위를 차지한 대구근대골목투어 중 가장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매번 적게는 200명에서 많게는 800명까지 관람객이 몰린다.

이 교수는 대구 연극인들과의 친분으로 첫해부터 미술감독을 맡았고 어느새 7년이나 됐다.

그는 공연이 있는 날마다 학생들과 3시간씩 에너지를 쏟지만 재료비를 충당할 정도의 보수만 받는다. 때문에 학생들의 식사해결을 위해 늘 자신의 지갑을 꺼내야 한다.

이 교수는 컬러 풀 페스티벌, 약령시축제 등 지역의 큰 행사와 각종 퍼레이드가 있을 때마다 분장작업에 앞장섰다.

이 교수는 “배우들이 나를 신뢰하고 얼굴을 맡기는 것이 고맙다”며 “학생들은 배우와 호흡하고 공연을 제작하는 과정도 배우는 등 많은 경험이 되기 때문에 교수로서 기쁘고 일할 때 마다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극단CT 전광우(50) 대표는 “공연은 역사극이며 야외무대라서 분장이 특히 중요하다”며 “수염, 주름 같은 세심한 메이크업부터 의상, 무대세트 등 이 교수의 역할은 극의 성공을 좌우하는데 묵묵히 봉사해 주고 있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