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지명한 판첸 라마 20년 만에 생존확인

입력 2015-09-07 21:37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14세 달라이 라마가 1995년 망명지인 인도 다람살라에서 11대 판첸 라마 환생자로 지명했던 겐둔 치아키 니마의 생존이 20년 만에 확인됐다.

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연합전선 사업국 노르부 던롭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현재 (티베트에서) 교육을 받으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몸도 건강한 상태”라며 “(달라이 라마 등) 그 누구로부터도 간섭받기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이와 관련, “판첸 라마로 지명됐을 때 겐둔 치아키 니마의 나이는 6살이었다”며 “(당시) 중국당국에 의해 감금된 뒤 지금까지 실종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중국정부는 현재 기알첸 노르부(25)라는 인물을 11대 판첸 라마로 인정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 측으로부터 ‘가짜 판첸 라마’ 혹은 ‘관제 판첸 라마’라는 비난을 받는 그는 올해 들어 수차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견하기도 했다.

판첸 라마는 달라이 라마에 이어 서열 2위의 인물이다. 현 달라이 라마가 열반하면 티베트 승려들은 그의 환생자를 찾아 새로운 달라이 라마로 옹립하게 되는데 판첸 라마는 그 과정에서 막중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르부 던롭은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달라이 라마에 대한 최종 지명권은 중국 중앙정부가 갖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현 14세) 달라이 라마가 뭐라고 하든 (달라이 라마) 환생에 대한 중앙정부 권리는 부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차기 달라이 라마에 대한 최종 승인권은 결국 중국당국이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14세 달라이 라마는 지난해 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매한 달라이 라마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런 슬픈 상황을 생각하면 전통을 끝내는 게 낫다”면서 달라이 라마 제도의 ‘종언’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중국정부가 시짱 자치구 선포 50주년(9월 1일)을 계기로 겐둔 치아키 니마의 생존을 확인하고 달라이 라마에 대한 승인권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은 14세 달라이 라마를 압박하는 동시에 티베트 전승 시스템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정부는 전날 ‘시짱에서의 민족지역 (구역) 자치제도의 성공적 실천’이란 제목의 백서를 발간하고 지난 50년간 티베트의 경제·사회 발전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한편 14세 달라이 라마가 요구하는 ‘고도의 자치’를 맹비난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