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관리본부(CDC) 토머스 프리덴(Tom Frieden·55) 본부장이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중보건기관의 독립성과 정부기관 간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했다.
프리덴 본부장은 세계보건기구(WHO) 동아시아지역 사무소(SEARO) 의료담당관, 뉴욕시 보건위원장을 거쳐 2009년부터 7년 동안 미국 CDC 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날 일정을 시작으로 9일까지 열리는 글로벌보건안보구상 고위급 회의(Global Health Security Agenda·GHSA) 참석차 방한했다.
프리덴 본부장은 한국의 질병관리본부 독립에 대해 ”각 나라마다 최선의 해법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CDC같은 공중보건기관은 다른 정부기관과 충분히 가까우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중의 신뢰를 받기 위해 미묘한 균형 잡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에볼라 위기 상황을 들어 각 정부기관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 CDC는 지난해 에볼라 환자 발생 당시 초기 대처가 미숙하다는 비판도 잠시 받았지만 전파를 성공적으로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리덴 본부장은 “에볼라 대응을 위해 국방부, 국무부, 교통부 등이 각 분야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가 파트너십 체제를 이루고 각 단계마다 고유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며 “때로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개입하기도 하지만 반대 의견을 충분히 듣는다”고 말했다.
프리덴 본부장은 위기 대응의 첫째 원칙은 언제나 정직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CDC는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열린 태도를 유지하고 모든 정보를 언론에 제공한다”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되 우리 나름의 과학적인 방식으로 해법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볼라로 2명의 미국 간호사가 감염됐을 당시를 예로 들었다. 프리덴 본부장은 “우리는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해결 방법을 모색했고 정직하고 열린 자세로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CDC는 미국 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관 중 하나로 꼽힌다”며 “때론 진실이 일부를 불편하게 할지라도 우리는 늘 진실을 말한다고 국민들이 믿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덴 본부장은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병원 내 감염 통제에 실패했을 때 어떻게 확산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병원 내 감염 통제 능력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도전”이라고도 말했다. 프리덴 본부장은 “전 세계가 같은 공기로 숨을 쉬고 같은 물을 마시고 같은 음식을 먹고 비행기를 통해 자유롭게 이동하며 서로 연결돼 있다. 지난 1년은 에볼라와 메르스를 통해 이 사실을 일깨워준 힘든 한해였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각 나라가 위험 요소를 발견하고 중단시키며 예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토마스 프리든 미 질병관리본부장 “공중보건기관 독립성 유지하며 정부기관과 협력해야”
입력 2015-09-07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