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지는 듯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계파갈등이 혁신위원회의 7일 공천룰 쇄신안 발표로 다시 폭발할 조짐이다.
비노(비노무현)진영 의원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이번 공천룰이 친노진영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불만을 터뜨리면서, 16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에서의 의결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활동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혁신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과감한 쇄신과 공정한 시스템 구축을 일궈냈다는 호평도 있지만, 당의 통합을 내걸고 출범한 혁신위가 오히려 갈등의 기폭제가 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혁신위가 이날 총선 후보선출 경선시 현행 60%인 일반국민 참여비율을 최대 100%까지 늘리는 혁신안을 내놓자 당내는 크게 술렁였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공천 쇄신안 발표 직후 "모두에게 평등하고 균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공정투명한 방안"이라고 설명하고, 문재인 대표도 "자의를 일절 배제한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확립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그러나 비노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당원의 참여비율을 줄인 것부터가 친노편향적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새정치연합 안팎에서는 일반국민의 구성 비율이 높으면 친노·주류 진영이, 권리당원 비율이 높으면 비노·비주류 진영이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주류의 한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원이 선거권을 빼앗긴 것"이라며 "정당의 역할은 물론 당원의 존재이유도 사라지게 된다"고 반발했다.
그는 결선투표제를 두고도 "경선을 두번 치러야 하는 비효율성, 3위 이하 후보 지지자들의 담합 문제 등을 제대로 살펴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비주류 인사는 비례대표 선정시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상위 순번에 배치토록 하자 "'우리는 민주노동당'이라고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혁신안이 국민 정서에 와닿지 않으리라는 비판도 거셌다.
한 중진의원은 "국민이 쉽게 이해할 제도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복잡한 제도보다는 차라리 오픈프라이머리가 나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혁신안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지자 16일 중앙위 통과가 험난해지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비노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는 이날 오찬모임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는 혁신안에 대한 집중 성토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중앙위 개최일인 16일 당 혁신안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기로 하는 등, 계파간 갈등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안철수 전 대표가 최근 '혁신위 활동은 실패'라고 규정한 바 있어 비노진영이 조직적으로 '부결'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혁신안에 대해서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혁신안이 통과될지 말지에 따라 당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오늘 혁신안은) 별 의미가 없다"고 거듭 각을 세웠다.
문 대표는 이날 "언제든지 (안 전 대표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사태가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혁신위의 3개월간 활동에 대한 평가도 친노와 비노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혁신위는 4·29 재보궐 참패 이후 혁신과 통합으로 당을 재건하겠다며 출범했고, 이후 10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발표하며 당내 기득권 내려놓기·계파갈등 해소방안·공천제 개혁 등 당무 전반에 걸친 쇄신작업을 벌였다.
출발부터 '계파모임 금지'를 내걸고 시작한 혁신위는 계파간 '나눠먹기'를 방지하겠다며 사무총장제와 최고위원제를 폐지하고 5본부장 체제로 전환하는 등 파격적 변화를 시도했다.
현역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를 설치해 20%의 현역의원 물갈이를 강제하는 등 개혁에 매진했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온다.
반면 비주류를 중심으로는 5본부장 체제 등 일련의 혁신작업이 '친노'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거세다.
여기에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을 내놨다가 역풍에 처하고, 다른 혁신안들도 국민의 관심과는 동떨어지는 등 민심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급기야 혁신위 활동 막판에는 비주류에서 '혁신은 실패'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혁신위가 오히려 분란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차라리 오픈 프라이머리하자” 공천혁신안, 野 내홍 다시 폭발 조짐
입력 2015-09-07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