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7일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비리·범법 혐의자를 공천 심사에서 원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현역 의원 중 일부가 경선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자격심사 단계에서 탈락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혁신위 공천개혁소위는 최근 부패 척결 차원에서 비리 혐의로 1심이나 2심 등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공직 후보자에 대해 본격적인 공천심사 전 단계인 자격심사 단계에서 탈락시키는 안을 마련했다.
앞서 혁신위는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 당직을 즉시 박탈하는 규정을 신설한 바 있지만 부패 척결과 당 기강 확립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하급심 유죄시 공천 원천 배제안까지 마련한 것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하급심 유죄시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만 국민적 시각에서 볼 때 유죄로 확정될 개연성이 높다면 공천 배제가 필요하다"며 "기소만 돼도 배제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일단 하급심 유죄를 기준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공천개혁소위는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판단될 경우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위원의 ⅔ 이상 동의시 구제하는 단서를 마련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검증위는 해당 사건이 정치탄압인지, 상급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오는 등 판결이 뒤바뀔 가능성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구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르면 9일 전체회의에서 이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위의 이같은 방안이 확정되면 현재 재판에 계류중이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10여명의 의원들이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된다.
김재윤·신계륜·신학용 의원은 '입법 로비' 사건으로 기소됐으며, 이 중 김 의원은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두 의원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비리사건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뒤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금품 수수 사건은 아니지만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종걸·문병호·강기정·김현 의원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도 연루돼 재판 중이다.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권은희 의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희상 의원은 처남 취업 청탁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현재 구도라면 주류에 유리한 구제 기준을 적용해 팔이 안으로 굽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주류에 대한 불신이 깊고 계파 패권주의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슨 제도를 만들더라도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을 받고 있는 한 의원은 "일단 혁신위가 기준을 확정하면 그 때 판단하겠다"고 언급을 삼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野 혁신위, 1·2심 유죄판결 땐 공천배제 추진...비주류 배제 악용 우려
입력 2015-09-07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