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자도 낚시어선 '돌고래호' 전복 사고의 해경 초동조치가 늦어진 것은 어선위치 발신장치(V-PASS)의 문제와 탑승하지 않았던 낚시꾼의 거짓말이 주요 원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돌고래호에서 이상신호가 첫 번째로 감지 된 것은 5일 오후 7시 38∼40분 사이다.
사고 당일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와 같은 시각 전남 해남군 남성항으로 가기 위해 추자항(상추자)을 출항한 돌고래1호(5.16t·해남 선적)는 날씨가 좋지 않자 추자항으로 돌아왔고, 선장 정모(41)씨는 8시 추자항 추자출장소를 찾아 입항신고를 했다.
그는 입항신고를 하면서 해경에 “돌고래호 선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정 선장은 계속 돌고래호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8시 40분 “(돌고래호와)연락이 닿지 않는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항적기록을 보자”며 해경에 정식으로 신고했다.
해경은 V-PASS를 통해 돌고래호의 위치신호가 5일 오후 7시 38분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것을 확인했다.
'연락두절' 신고를 받은 해경은 승선원 명부에 오른 탑승자들을 대상으로 확인 전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승선하지도 않은 낚시꾼 박모(43)씨는 “돌고래호를 타고 해남 쪽으로 잘 가고 있다. 괜찮다”고 대답했다.
박씨는 애초 돌고래호 승선원 명부에 이름은 올랐으나 실제로 배를 타지 않고 해남에 남아 있던 사람이었다.
박씨는 (자신이) 승선원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도 배에 타지 않았기 때문에 혹 승선원명부 허위 기재 등 이유로 돌고래호 선장에게 불이익이 갈까 봐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씨의 말을 믿은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는 돌고래호가 무사하다고 믿고 박씨의 대화 내용을 추자출장소에 통보했다.
추자안전센터는 정씨로부터 첫 신고를 받은 후 23분이 지난 오후 9시 3분 해경 상황센터에 구두로 첫 사고 보고를 했다.
동행 선박의 신고를 받고도 즉각 해경에 상황보고를 하지 않은 채 돌고래호 승선자들에게 계속 통화만 시도한 것이 화를 키운 셈이다.
추자안전센터에는 사고 당시 4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신호를 잡아내지 못했다.
돌고래호의 V-PASS 신호는 사고 발생 1시간여 전인 오후 7시 38분 신호를 마지막으로 끊겼고, 해경은 돌고래호가 V-PASS상 오후 7시25분에 출항해 13분후 항적표에서 사라졌는데도 까마득히 몰랐다. 더욱이 8시40분 인근 선박의 신고를 받고도 돌고래호의 위치파악을 못한 채 허둥댔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은 다중이용 선박(낚시 어선, 유람선, 도선, 여객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위치파악도 제대로 못한 채 허점만을 드러냈다.
실종자 가족들은 “당시 모니터 과정에서 어선에 나타난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면 무전이나 어선 선장에게 핸드폰으로 연락해야 했다”며 “연락이 닿지 않으면 즉각 경비정을 파견해야 했는데 늑장 신고도 모자라 허둥대면서 '골든타임'을 또 한 번 낭비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해경 초동조치 늦어진 것은 낚시꾼의 거짓말과 어선위치 발신장치의 문제
입력 2015-09-07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