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난민 문제를 두고 여전히 동서로 갈라져있다.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에일란 쿠르디의 사진은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지만, 동유럽권에서 인도주의보다는 난민 수용에 따른 ‘손익 계산’이나 아프리카 출신 난민의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난민들이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꿈꾸는 유럽을 비롯해 이웃 국가 이스라엘에서도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난민 입국을 허용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입국을 허용했던 것은 긴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 장기적으로 난민을 수용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우리가 인도적으로 신속히 행동해야 하는 긴급상황이었고 1만2000명 이상의 난민에게 도움을 줬다”면서 “이제는 법과 품위에 따라 긴급 조치에서 정상 상태를 향해 단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난민 수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시리아 난민을 모두 수용키로 한 독일에 비난을 퍼부었다. 오르반 총리는 현지 OR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시리아 난민을 모두 받겠다고 해) 난민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무슬림 난민이 몰려와 유럽의 번영과 정체성, 기독교적 가치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는 “독일이 우리에게 난민 수만명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면서 “독일은 인구 감소 우려 때문에 이민을 통해 ‘노예’들을 계속 채용해 임금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리아와 인접해있는 이집트는 난민 수용은커녕 난민들이 오지 못하도록 장벽을 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도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요르단과의 국경에 길이 30㎞ 가량의 장벽 건설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출신 난민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적극적으로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서는 독일 역시 내부적인 비난에 직면해 있긴 마찬가지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요아힘 헤르만 주정부 내무장관은 “메르켈 총리가 난민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주 당국과 상의하지 않았다”면서 “독일이 난민 허용으로 유럽에 잘못된 신호를 줬다”고 비판했다. 지난 주말동안 바이에른주의 주도(主都)인 뮌헨에는 1만1000여명의 난민이 도착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7일 2016년 예산에 난민 지원을 위해 30억 유로(약 4조200억원)를 편성하고 지방정부에도 별도로 30억 유로를 지원키로 했다.
난민 수용 문제를 두고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치권에서는 미국이 난민을 더 받아들이는 ‘연대의식’을 보여야할지에 대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난민 문제는 문명화한 국가들이 공동으로 짊어질 책임”이라면서 미국이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대선 경선후보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같은 당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 등은 미국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존 케리 국무부 장관 역시 “난민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난민을 더 수용하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쿠르디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갈라진 유럽
입력 2015-09-07 16:42 수정 2015-09-07 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