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과 대표단은 7일 오전 회의 시작에 앞서 판문점 ‘평화의집’ 입구에서 북측 대표단을 기다렸다. 잠시 지나자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등 북측 인사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양측 대표단은 서로 악수하며 “오랜만입니다” 등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북측 대표단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시작은 ‘화기애애’=회담장에서도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선 이들은 맞은편의 상대 대표단과 다시 악수하며 사진 촬영에 응했다. 자리에 앉기 전에도 서로 교차로 손을 맞잡으며 인사했다. 이 위원이 간단한 안부 등을 전했고, 북측 대표단도 미소를 띠며 화답했다.
양측 수석대표는 이산가족 상봉이 있을 때마다 만나 협의했던 베테랑들이다. 이 위원은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을 겸임하고 있다. 박 위원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참사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2013년 8월과 지난해 2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당시에도 남북 수석대표로 만났다.
박 위원은 이 외에도 2009·2010년 실무접촉과 2005년 남북 차관급 회담, 2007년 남북 경제협력공동위원회 등에도 북측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1960년생인 이 위원이 1966년생인 박 위원보다 6살 많다.
우리 측은 협상에서 이산가족에 대한 전면적 생사확인, 상봉 정례화 등 차제에 근본적인 틀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이산가족 등록자 중 절반이 사망하고, 나머지 생존자도 고령이어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확답을 피하며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과거 생사 확인을 요청했을 때도 전산시스템 미비 등 행정적 한계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었다. 여기에 많은 주민이 단기간에 남측과 접촉하는 것도 꺼려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북한, 장외 신경전=긍정적인 회담 분위기와 달리 밖에서는 장외 신경전이 벌어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남한의 군 통수권을 가지는 한 남북관계도 미국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대변인은 “최근 남북이 교전 직전까지 치달았던 ‘위험천만한 사태’를 맞은 것도 미군이 투입된 을지프리덤가디언 합동군사연습 기간이었다”며 “합동군사연습은 북남 사이의 대결과 불신도 격화시키는 기본 요인”이라고 비난했다. 나아가 “미군이 철수하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 또 다시 원인 모를 사건이 터진다”며 “무장충돌이 일어날 경우 미국의 책임을 따지겠다”고 했다. 자신들이 무력도발을 감행하더라도 이는 북한이 아닌 미국 책임이라는 강변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다녀오며 ‘통일외교’로 북한을 굉장히 강하게 압박했다”며 “이를 흡수통일로 인식하는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온도차=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참수 작전’과 ‘작전계획 5015’를 언급한 이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공개된 것은 고의적인 누설”이라며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를 변화시키려는 정부 의지에 반기를 든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참수작전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있을 경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지휘부를 제거하는 계획을 말한다. ‘작계 5015’는 북한 선제 타격 개념의 새로운 작전계획이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된 이산가족 적십자 실무접촉
입력 2015-09-07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