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유대인 기념물이 들어선 이유

입력 2015-09-07 16:09

중국 상하이 교외의 한 공원에 6일 200㎡로 크지 않은 면적의 ‘상하이 유대인 기념원’이 문을 열었다. 상하이 소재 유대인 커뮤니티와 유대인 연구센터 등이 중심이 돼 조성한 것이다. 기념원에는 상하이 발전을 위해 공헌했던 유대인들의 동상이 세워졌고, 추모벽에도 25명의 유대인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상하이와 유대인은 어떤 인연이 있었던 것일까.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유대인에 대한 나치의 박해가 극에 달했을 때 유일한 피난처 역할을 했던 곳이 바로 상하이였다. 신화통신은 지난 5월 1930년대 오스트리아 빈 주재 중국 총영사를 지냈던 허펑산(何鳳山)을 조명한 적이 있다. 허 총영사는 당시 나치에 의해 영사관이 강제 몰수당한 상황에서도 자비로 사무실을 열어 유대인들에게 상하이로 갈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해줬다. 허 총영사가 1938년부터 2년여 동안 발급한 비자가 수천건에 이른다. 중국의 한 도시가 유대인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라고 알려지면서 유럽의 유대인들은 더욱 상하이로 몰려들었다. 상하이에 정착해 경제 문화분야 발전에 기여한 유대인들은 나치 독일이 패망한 뒤에는 미국과 호주, 남미 등지로 다시 살길을 찾아 떠났다.

상하이 유대인 연구센터 판광 주임은 “상하이에서 안식처를 찾았던 2만명 이상의 유대인들과 상하이의 번영과 자유를 위해 공헌했던 수많은 유대인을 추모하기 위해 기념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상하이 이스라엘 영사관은 최근 2차대전 종전 기념일을 맞아 77초 분량의 영상물 ‘고마워요 상하이’를 공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으로 “영원히 감사하고,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에는 아직도 4000여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