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군 1만명 시대...여군 창설 65주년

입력 2015-09-07 15:09

조만간 여군 1만명 시대가 열린다.

6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으로 복무하고 있는 여군은 9783명이다. 국군 63만명 가운데 1.5%에 불과하지만 육·해·공군 일부 병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병과에 진출해 있고 보병 장군도 2명 배출했다. 1950년대 불과 400명 규모의 여자 의용군으로 시작된 여 군은 지난 6일 창설 65주년을 맞았다. 창설 당시 타자수 등 남자군인들의 보조 역할을 했던 여군은 이제는 전투기 편대장, 해군 고속정 정장 등 지휘일선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군 역시 일하는 엄마들의 고민인 ‘일과 양육 양립’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복무기회가 낮아 직업안정성이 떨어지는 점도 이들의 고민이다. 여전히 여군을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동료로 인정하는 ‘양성 평등’의 문화 정착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과 가정의 병립, 가장 큰 어려움”= 지난달 20일 북한이 비무장지대(DMZ)내에서 포격도발을 해 비상이 걸리자 육군 00사단에 근무하는 이모 소령은 갑작스런 소집에 아이를 혼자 집에 두고 와야 했다. 황급히 나가는 엄마를 향해 “엄마, 전쟁나는 거야, 그럼 나는 어떻게 해.” 걱정하는아이를 채 달래지도 못했다. 이 소령의 남편 역시 군인이라 동시에 비상근무에 들어가야 했다.

이 소령뿐 아니라 비상대기근무를 해야 하거나 장기간 해상훈련을 해야 하는 경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여군들이 적지 않다. 24시간 아이들을 맞아주는 곳은 거의 없어서 그럴 때마다 친정이나 시댁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이 소령처럼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부부군인은 2144쌍에 달한다.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일정한 다른 ‘워킹 맘’들과는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방부와 각 군이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다. 신혼부부에 대해서는 근무지 조정을 통해 가능한 함께 살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고 부부군인들에게도 일정기간 같은 지역에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70여곳의 군 어린이집에 부부군인과 여군자녀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 하지만 군인 자녀들이 소수인 격오지에는 어린이집 설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복무가 쉽지 않다는 것도 여군들의 고민거리다. 여군들은 대부분 군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고 지원한다. 하지만 장기복무로 전환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지난 4일 국방부 인사복지실이 여군 65주년을 맞아 실시한 세미나에서 여군학교장을 역임하고 2011년 전역한 조석희 국방여성정책소장은 “여군의 93%가 장기복무를 희망하고 임관하지만 선발규모는 병과 임관인원의 50%로 제한되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여군,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풍토 개선해야 = 국방부는 2020년까지 여군비율을 7%로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군에 대한 편견은 있어 여군을 진정한 동료와 지휘관으로 인정하는 군문화정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양희 젠더리더십 대표는 이번 세미나에서 “2004~2009년까지 실시된 군내 양성평등의식조사를 보면 군대내 성별격차는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남자 군인들의 60%는 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여성의 병과제한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고, 40% 이상이 여군이 지휘관으로 부적합하고 전우애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성희롱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도 여군을 동등한 임무를 수행하는 동료로 인식하는 의식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지난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군대상 성범죄는 2010년 13건에서 2013년 59건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저출산으로인한 병력자원부족과 군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증가로 앞으로 여군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군사전무가들은 “여군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복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