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각 교단 총회에서는 여성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안건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장통합은 여성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하고 ‘총대 20명 이상 파송하는 노회는 여성 목사·장로 1인 이상을 총대로 파송’하는 여성할당제 법제화 추진 방안을 제100회 총회에 상정했다. 올해 예장통합 전체 총대는 1500명이다. 여성 총대는 16명이고 이 중 여성목사는 2명에 불과하다.
기장 양성평등위원회도 총대와 실행위원회에 여성 참여 비율을 높이는 안건을 제100회 총회에 헌의했다. 2010년 제95회 총회에서 ‘총대수 20인 이상인 노회는 여성 목사·장로를 각 1인 이상 총대로 보낸다’는 규칙이 제정됐지만 여성 총대 비율은 7%대로 낮은 상태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의사결정구조에 여성 50%,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여성 30% 할당을 법으로 정해 놓았다. 여성의 총회 참여를 보장할 것을 적극 권고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한 국내 교단 가운데 WCC와 NCCK의 권고 수준과 비슷하게 총대를 할당한 교단은 한 곳도 없다.
◇부수적 역할 하는 여교역자 “우리는 영원한 미생”=A선교단체에서 간사로 일하는 B씨(32·여)는 최근 목회에 대한 꿈을 접었다. 미혼인 그는 여교역자의 한계를 절실히 체험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남자’ ‘기혼’을 교역자 요구조건으로 꼽았다. B간사는 “신대원 남자 동기는 졸업하자마자 준전임 교역자로 나갔는데 내게는 그런 기회조차 들어오지 않았다”며 “극소수지만 여교역자를 필요로 하는 기관이나 선교단체에서 사역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한 교회에서 아동부서 파트타임 전도사로 사역하는 C씨(28·여)는 “교회의 가부장적 분위기 때문에 목사안수를 받고 싶은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는 “많은 여교역자들이 차 심부름, 잔무처리 등 남성 목회자의 부수적 역할을 한다”며 “여교역자는 직위도 낮고 결혼이나 출산을 하면 그만둬야 하니 우리는 영원한 미생(未生)”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결혼과 임신으로 더욱 제한받는 여교역자=실제로 여교역자들이 결혼, 임신을 하게 되면 그들의 목회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충분한 의사소통 없이 무언의 압박으로 해고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 D교회에서 파트타임 전도사로 아동부를 맡았던 E씨(30·여)는 임신 소식을 알린 순간부터 “언제 그만 두느냐”는 말을 동료 교역자들로부터 수없이 들었다. 출산 전 교회에서 나왔다는 그는 “거의 해고나 다름없었다”며 “이런 일이 성차별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교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혼으로 사역을 접은 여성목사도 있다. 독신으로 제주에서 외국인 사역을 해온 F목사(56)는 2012년 서울의 한 중형교회 담임목사와 결혼했다. 남편은 아내의 사역을 돕기 위해 조기은퇴하고 제주로 내려갔다. F목사는 그러나 결혼하고 6개월쯤 지났을 때 노회로부터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노회위원회에서 결의된 사항이라며 ‘결혼했으니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으라’고 통보했다”면서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결국 교회에서 쫓겨났다”고 토로했다. 대신 노회는 제주에 있는 한 기독교 기관을 소개했고 F목사는 거의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목사안수 받기 위해 교단 탈퇴=예장합동·고신·합신 등 한국교회 일부 보수 교단은 여교역자에게 목사안수를 주지 않는다. 사역의 한계를 느낀 여교역자들은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KAICAM) 등으로 옮겨 목사안수를 받기도 한다.
서울 구로구에서 외국인 사역을 하는 여성목사 G씨(58)는 2001년 전도사 시절에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성도들에게 직접 세례를 줄 수 없어 다른 교회 남성 목회자에게 여러 차례 세례를 부탁했다. G목사는 “성도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키워내려는 데 내 손으로 세례를 줄 수 없으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당시 소속 교단이 여교역자에게 목사안수를 주지 않아 G목사는 2005년 KAICAM으로 옮겨 목사안수를 받았다.
충북 괴산에서 단독 목회를 하고 있는 H목사(45)도 비슷한 경우다. 5년 전 개척했지만 여전도사가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는 해당 교단 법에 따라 H목사와 교회는 교단에서 탈퇴했다. H목사는 “교회가 소속된 곳이 없으니 교인들로부터 ‘유령교회’ 혹은 ‘이단’의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H목사는 2년 전 KAICAM으로 옮겼다.
예장 전국여교역자협의회에 따르면 장신대를 비롯해 예장통합에 소속된 7개 신대원에서 목회학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여학생 비율은 30~50%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해 예장통합 여성총대 수는 15명으로 전체 총대의 1%를 차지한다(표 참조). 여교역자협의회 사무총장 김혜숙 목사는 “결국 신대원을 졸업하고 어렵게 청빙에 성공해도 여교역자들에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며 “여목회자들을 통한 돌봄 사역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양민경 기자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한국교회 미래, 여교역자를 세워라
입력 2015-09-07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