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떨어지는 조현병(정신분열증)도 뇌기능 이상으로 발생한다?

입력 2015-09-07 13:04

A씨는 다른 사람과 같이 어울려 생활하기 힘들다.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이상한 소리를 듣고 괴이한 행동을 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해 두달 여를 치료받고 나아져서 퇴원해 집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완전히 병전의 건강했던 상태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두려움이 많아 외출을 꺼려하고, 말수도 줄어들었으며, 말을 해도 상황에 맞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조현병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사회성 결핍의 상태인 것이다.

A씨와 같이 조현병 환자들은 환각과 망상, 비논리적 사고 등의 심각한 급성기의 증상들이 문제이지만, 이런 급성기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감정둔마와 인지장애 등의 증상이 남는다. 그래서 이에 따른 사회기능 감퇴로 많은 환자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조현병 환자들의 이 같은 사회기능 감퇴가 뇌의 일정 부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유발된다는 사실이 국내 의료진에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사진) 교수팀은 조현병 환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가상의 사회상황에 대한 반응을 보는 ‘가상현실 사회지각 과제(virtual social perception task)’를 수행하게 한 다음 이들의 뇌기능을 MRI로 직접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현병 환자군과 정상인은 뇌의 인지기능을 조절 통제하는 ‘복외측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과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상측두고랑(superior temporal sulcus)’ 영역의 활성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의학자들의 많은 연구를 통해 조현병 환자들이 정상인과 다른 뇌활동을 나타냄이 밝혀졌으나, 그 연구들은 대부분 인간의 인지나 감정과 관련된 뇌활동에 국한된 편이었다. 이는 인간의 사회활동 영역이 복잡하고 다양하여 연구 기술 상 한계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최첨단 가상현실이라는 방식을 새로이 접목해 조현병 환자들의 사회활동 반응과 뇌기능 간의 연관을 직접 규명한 연구로 그 의미가 있다.

김 교수는 “가상현실기술을 통해 조현병 환자들이 정상인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분명해졌고, 그만큼 급성기 치료 후에도 별도의 사회성 증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보다 더 확실해졌다”고 이번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조현병이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 일컬어진 질환으로 망상, 환각,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 대인 관계 회피, 무표정, 의욕상실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신체적 이상이나 약물 등이 원인인 정신증이나 우울증, 조울증 등 다른 원인으로도 이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조현병은 이 같은 다른 원인에 의한 증상이 아니고,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며 사회-직업적인 문제를 가져올 때 조현병으로 진단된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정신약물 & 생물정신의학(Progress in Neuro-Psychopharmacology & Biological Psychiatry)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