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찬스키와 데 로시는 7일 이탈리아 팔레르모 렌조 바르베라에서 열린 유로 2016 예선 조별리그 H조 8차전에서 이탈리아가 1대 0으로 앞선 후반 10분 나란히 심판의 레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두 선수의 싸움은 이탈리아가 스로인으로 공격권을 잡은 하프라인 주변에서 벌어졌다.
데 로시가 동료로부터 넘겨받은 공을 잡고 지공을 시도할 때 미찬스키는 등 뒤로 밀착해 압박수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데 로시는 쓰러졌다. 미찬스키가 손으로 밀어 넘어뜨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데 로시가 상대의 경고를 이끌어낼 생각에 과도한 동작으로 쓰러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데 로시는 분을 삭이지 못한 듯 쓰러진 상태로 왼발을 들어 미찬스키의 오른쪽 허벅지 안쪽을 걷어찼다. 통증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찬스키는 다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두 선수 모두 짧은 순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과격한 행동을 주고받았다.
주심은 데 로시에게 먼저 레드카드를 꺼냈다. 이어 그라운드에 누운 미찬스키를 일으켜 세워 레드카드를 들어올렸다. 두 선수의 동반 퇴장을 선언한 것이다. 전반 4분 이탈리아의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은 데 로시와 불가리아의 원톱 스트라이커 미찬스키는 모두 각 팀의 핵심 공격자원이어서 손실이 작지 않았다.
미찬스키는 지난 7월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으로 입단한 불가리아의 핵심 공격수다. 수원이 북한 공격수 정대세(31·시미즈 에스펄스)의 이적에 따라 대체 선수로 영입한 자원이다. 2003년 불가리아 피린에서 프로로 입문해 폴란드와 독일에서 뛰었다. 수원 삼성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두 시즌 동안 뛰었다. K리그 팬들 사이에서는 미찬스키보다 ‘일리안’으로 불린다.
데 로시는 2006년 독일부터 2014년 브라질까지 세 번의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대표팀 공격수로 출전한 스타플레이어다. 2001년 입단한 이탈리아 AS 로마에서 한 번도 이적하지 않은 ‘원팀맨’이다.
이탈리아는 데 로시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대 0으로 승리했다. 이탈리아와 불가리아가 속한 H조에서는 순위 격변이 일어났다. 선두였던 크로아티아(4승3무1패·승점 15)는 3위 노르웨이(5승1무2패·승점 16)에 0대 2로 덜미를 잡혀 3위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이로 인해 2위 이탈리아(5승3무·승점 18)는 1위로, 3위 노르웨이는 2위로 도약했다. 불가리아는 중간 전적 2승2무4패(승점 8)로 4위다.
유로 2016 예선은 앞으로 두 경기 남았다. 조별리그 1~2위는 본선으로 직행할 수 있고 3위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 진출을 노릴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