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활성화’를 부르짖던 정부가 엉뚱하게도 서울 마포구의 홍대 클럽을 활성화시켰습니다.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추는 것을 규제해 클럽을 유흥주점으로 두려하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은 발의된 지 3주 만에 무용지물이 됐는데요. 국무조정실과 마포구가 나서 일사천리로 규제를 무력화시킬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유흥주점은 일반음식점보다 세금을 30% 가량 많이 내야하고 허가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마포구는 일반음식점에서도 별도의 공간이 아닌 객석에서 춤을 추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기로 하고 9일 오후 주민설명회 겸 공청회를 연다고 7일 밝혔습니다. 마포구는 공청회 등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조례안을 마련해 12월 구의회에 제출할 예정이죠.
식약처가 지난달 20일 마련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은 클럽이 손님이 춤을 추면 영업정지나 허가 취소 처분을 할 수 있는 것이 골자입니다. 춤을 추고 싶다면 안전과 위생 등의 규제가 엄격한 유흥주점으로 등록을 하라는 취지죠.
하지만, 개정안은 발의와 동시에 무용지물이 될 운명이었습니다. 특별자치도와 시·군·구 조례로 안전기준, 시간 등을 정해 객석에서 춤추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는 단속을 피한다는 예외조항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200~300여개에 달하는 대부분의 홍대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인 객석은 이미 상당수 마련돼 있습니다. 클럽 한 공간에 객석만 마련하면 정부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개정안은 있으나마나한 공수표 법이 될 가능성이 높죠.
개정안의 완화에는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민간위원장 서동원)의 기조 역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규제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일반음식점에서 춤추기를 금지하는 등의 규제 38건을 뽑아 이를 철회시키거나 최소한의 규제를 도입토록 개선 권고를 내렸죠.
공수표 법안에 여론 역시 부정적인데요. “서민들의 규제는 한참이 지나도 안 풀어주면서 하루 매출 수억원의 클럽들 규제는 한달만에 푼다” “세금 적게 내려고 유흥주점이 아니라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은 것을 조례까지 제정해서 봐주겠다니, 정말 지하경제만 활성화네” “이 참에 나이트클럽도 일반음식점 신고하자 객석도 있지 않나” “규제가 생겼다. 의자만 설치하면 된다. 그럼 규제를 왜 만드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의자만 설치하면 피할 수 있는 법을 굳이 왜 만들었을까요? 클럽 규제 완화에 걸린 시간은 ‘단 한달’이었습니다. 규제 완화라면 몇 년도 끌어오던 정부가 ‘지하경제만 활성화’에 신기록을 이룬 셈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극혐뉴스] 홍대클럽 합법화된다 “지하경제만 활성화?”
입력 2015-09-07 10:09 수정 2015-09-07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