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멕시코에서 시위를 벌이던 교육대생 43명이 경찰과 결탁한 갱단에 끌려가 집단으로 피살된 사건에 의문이 가득하다는 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위원회(IACHR)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멕시코 검찰 등 당국이 사건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밀레니오 등 현지 언론과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1년 전 서부 게레로주 이괄라 시에서 시위를 벌이던 아요치파나 교육대 학생 중 43명이 실종된 사건과 관련해 멕시코 연방검찰은 이들이 모두 피살돼 이괄라 인근 코쿨라 시의 쓰레기매립장에서 시신이 불태워졌다고 지난 1월 결론 내렸다.
그러나 시신이 한꺼번에 불태워졌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흔적도 없는데다가 사건 당일인 작년 9월26일 경찰과 치안군의 상황 대처를 포함해 당국의 수사 발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 많다고 IACHR 보고서는 지적했다.
연방검찰은 '전사들'이라는 갱단이 학생들이 자신을 공격하려는 다른 갱단의 조직원이라는 말을 지역 경찰로부터 전해듣고 모두 살해했다고 갱단 조직원의 진술을 근거로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또 시신이 모두 불태워졌고 유해는 인근 강물에 버려졌다고 발표한 뒤 시신을 소각한 매립장과 강물을 수색해 비닐봉지에 든 일부 유해를 수습, 외국 전문기관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으나 단 1명의 신원밖에 확인하지 못했다.
갱단은 시신의 뼈 등에서 유전자 검출이 되지 않게 하려고 타이어와 장작을 올려놓고 기름을 뿌린 뒤 십여 시간 동안 불태웠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전문가 분석을 인용, 43구나 되는 시신을 뼛조각조차 남지 않게 태우려면 30t의 나무 장작과 각 13t의 타이어 및 디젤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그러한 규모의 소각이 이뤄졌다면 방대한 흔적이 있어야 하지만 전혀 발견되지 않았는데다가 소규모 지역 갱단이 그만한 장비를 준비할 능력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사건 당일 호세 루이스 아바르카 이괄라 시장이 부인 마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 피네다와 한 행사에 참석해 부인의 연설에 방해가 될까 봐 학생들의 진압을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조사 결과 학생들은 피네다가 연설하고 나서 이괄라 시에 도착했다.
보고서는또 학생들이 당시 4대의 버스를 탈취하자 지역 경찰이 총격을 가해 학생 3명과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은 것과 관련, 탈취된 버스는 모두 5대였고, 마지막 버스에는 마약이 실려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연방경찰과 치안군이 학생들의 이동경로를 미리 파악, 철저히 감시했는데도 지역 경찰의 총격으로 시민이 사망하게 된 데 대한 조사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수사 발표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좌익 성향의 운동권 학생들이 버스를 탈취했다고 밝혔으나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고, 탈취된 버스는 4대뿐이라고 했다.
멕시코 당국의 수사 관행에 비춰 당시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와 검거된 용의자 등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도록 고문이나 협박을 받은 사실은 없는지에 대해 당국이 조사할 필요도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한편, 아렐리 고메스 검찰총장은 이날 보고서가 공개된 뒤 기자 회견을 열어 “유전자 전문가 등을 동원해 사건을 재조사할 것을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게레로 주 주지사가 사퇴하고 이괄라 시장 부부와 갱단 조직원, 지역 경찰 등 100명 안팎이 체포됐다.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헤수스 무리요 카람 전 검찰총장은 작년 11월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이어지자 “그만하자, 지쳤다”라는 발언을 해 입방아에 올랐다가 지난 2월 경질됐다.
IACHR는 학생 가족들과 멕시코 인권단체의 요구에 따라 칠레, 콜롬비아, 스페인 등지의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진상 조사팀을 결성해 6개월간 조사를 벌였다.
조사팀은 사건 당시 시위 진압에 참가한 치안군을 인터뷰하려 했으나 정부가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미주인권위 “멕시코 대학생 43명 피살 의문투성이”
입력 2015-09-07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