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유럽 난민 사태는 미국과 서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시리아 내전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모색하지 않은 채 정치 게임에만 골몰했기 때문이라는 자성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지난 4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국내외 난민이 인구의 절반인 1100만명에 이르렀지만 정치적 해법을 찾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시리아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건너가는 이유는 명확하다. 시리아 난민들은 그동안 주로 요르단과 레바논 등 인접국으로 피신했으나 이들 국가는 가중되는 부담에 점차 빗장을 닫아걸었다.
하지만 시리아 내부 전황이 계속 나빠지면서 난민들은 계속 쏟아져나오고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NYT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말다툼을 벌이는 데에만 열중했다면서 시리아 난민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소극적인 대응을 꼬집었다.
최근까지 베이루트에 있는 카네기중동센터 소장을 맡았던 린다 카티브 런던대 연구원은 “최근 유럽의 난민 위기는 근본적으로는 스스로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시리아 사태와 같은 정치갈등에 대해 진지하게 해법을 모색하고 인도적 지원에 충분한 자원과 시간을 쏟았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와중에 시리아 난민을 위한 국제사회의 구호자금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자금 부족으로 이달 1일부터 요르단에 있는 시리아 난민 가운데 23만여명에게 식량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유엔의 인도적 지원을 이끄는 야쿱 엘힐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슬람국가(IS) 폭격에 한시간에 6만8000달러나 들이고 있지만 정작 시리아 난민 구호에 필요한 유엔 지원금은 절반도 충당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올해 시리아 난민 지원에 필요한 자금은 이웃 국가로만 한정해도 45억 달러인데 채워진 금액은 16억7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또 시리아 국내에서 다른 지역으로 쫓겨간 국내 난민 구호에는 28억9000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9억800만 달러만 모였다.
엘힐로는 “시리아 사태는 우리 시대에서 최악의 문제”라며 “이는 정치적 실패의 대가”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 지역의 부유한 산유국들은 유엔에 시리아 관련 구호기금을 통 크게 기부하고는 있다.
그러나 중동 부국들은 난민 문제보다는 이란의 비호를 받는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반군을 지원하는 데 더 골몰하고 있으며, 정작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소극적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시리아 난민 사태는 서방의 정치적 실패 탓”
입력 2015-09-06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