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전당 전시 기획 안젤름 프랑케 인터뷰

입력 2015-09-06 21:16 수정 2015-09-06 21:19

민주화의 ‘성지’ 광주광역시 금남로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4일 부분 개관했다. 11월말로 예정된 정식 개관에 앞서 일부 전시와 공연을 일반에 공개한 것이다. 2005년 첫 삽을 뜬 지 10년 만이다.

아시아전당 산하 시각예술을 관장하는 문화창조원에서는 개관전으로 ‘신화와 근대, 비껴서다’전을 마련했다. 독일 출신 전시 기획자 안젤름 프랑케(37)가 기획했다. 베를린의 예술거점 ‘세계 문화의 집’ 수석 큐레이터인 그는 30대임에도 브뤼셀 비엔날레(2009), 타이페이 비엔날레(2012) 등 국제무대 경험이 적지 않다. 개관을 하루 앞둔 3일 만났다.

그는 “이 곳은 한국이 아닌 아시아 전체를 위한 공간이다. 자국 문화를 다루더라도 그것이 아시아적이야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근대는 가장 공유할 수 있는 주제다. 한국 중국 베트남 등 각자의 식민지 근대화 과정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연대와 갈등의 치유를 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영문 제목은 ‘중단된 측량(Interrupted Survey)’이다. 1888년 제작된 싱가포르의 판화에서 비롯됐다. 측량사를 공격하는 호랑이를 담은 것인데, 자세히 보면 호랑이가 물려고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측량도구다.

대만 인주 첸, 영국 오톨리스 그룹, 독일 안젤라 멜리토풀로스, 베트남 트린 티 민하, 싱가포르 호 추 니엔 등 7명(팀)의 참여 작가들은 측량으로 대표되는 근대화의 의미를 탐구한다. 개별 작품들에서는 제주 4·3사건, 베트남 전쟁, 아편 전쟁 등 각국의 역사적 사건이 신화와 버무려져 변주된다.

프랑케는 “영상 뿐 아니라 영화 ‘아바타’ 제작팀의 CGI기술이 동원된 애니메이션도 있다”면서 “하지만 첨단기술이 동원되더라도 시적 메타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관객이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시의 문법’이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는 그는 “현대의 전시는 자연사박물관처럼 나비를 압정으로 꽂고 ‘이것은 나비다’식으로 명시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여운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 K-팝 등에서 입증되었듯이 한국은 아시아문화생산 거점으로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아시아전당이 순수예술 영역에서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동시대 미술을 통해 아시아 전체의 역사를 끌어안고자하는 시도를 아시아 다른 도시에서는 볼 없다는 점을 높이 샀다.

광주=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