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공천룰 발표 하루전 안철수發 전운고조…“패권주의” vs “친노딱지 붙이기”

입력 2015-09-06 18:59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6일 '정풍운동'을 앞세워 인적쇄신 요구까지 시사하는 등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원회를 겨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혁신위의 공천룰 쇄신안 발표를 하루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안 전 대표의 행보가 비노의 집단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이번 회견을 '대립'이 아닌 '혁신경쟁'으로 규정하거나, 혁신위가 나서서 안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안 대표는 쉽게 응하지 않을 태세를 보여 당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 安, 친노 지도부에 "패권주의" vs "지도부 흔들기냐" = 단호한 표정으로 이날 간담회장에 들어선 안 전 대표는 '육참골단(肉斬骨斷)'과 '정풍운동'이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참골단'은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이며, 여기에 국민의 정부 당시 최고 실세들의 2선후퇴를 정면으로 요구했던 '정풍운동'까지 언급했다. 사실상 야당 지도부의 인적쇄신 필요성을 주장한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친노 지도부를 겨냥 "패권주의 리더십이 당을 지배했다"고 하는 등 강도높은 비판도 이어갔다.

혁신위 활동 종료에 맞춰 선명하게 날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다시 부각시키고 혁신위 이후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김한길 전 대표에 이어 이날 안 전 대표까지 혁신위 활동을 비판하며 지도부에 날을 세우자, 친노진영 및 혁신위는 비노진영이 결국 '지도부 흔들기'를 한다며 반발했다.

조국 혁신위원은 "(일부 비주류는) 혁신안에 '친노용' 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시스템 공천'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라며 "새정치는 '영주'들의 시대로 돌아가려는가"라고 비판했다.

◇ 혁신위, 安에 "함께 논의하자"…安 '글쎄' = 이처럼 전운이 고조되면서, 혁신위 내에서는 안 전 대표를 만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작정 대립하기보다는 '협력적 경쟁' 관계를 만들어 계파간 갈등을 진화하고, 오히려 혁신안이 탄력을 받는 데 촉매제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인호 혁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안 의원의 '혁신실패'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낡은 진보 청산이나 부패척결에는 당연히 동의한다"며 "구체적인 안을 직접 들어봐야 한다"며 회동을 제안했다.

그는 "안 의원의 주장에서 혁신위가 수용할 것은 과감히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 역시 페이스북에서 "안 의원은 공천혁신안에 관심이 없다지만, '백면서생'인 나는 정당이 좋은 후보를 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직업정치인'인 안 의원도 공천혁신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어 "본질은 제도개선이 아니라 체질개혁이라는 안 의원 주장도 틀린 말이 아니지만, 제도개선과 문화개선은 대립항이 아니다. 이전 제도를 유지하며 문화를 개선할수 있는가"라며 "그런 방안을 제출하면 즉각 채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재성 총무본부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의 발언은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김한길 전 대표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발언과 다르다"며 "지도자급 인사들이 혁신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와 혁신위가 저를 설득하지말고, 국민에게 설명하라고 오늘 말씀드렸다"면서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안 전 대표는 혁신위의 회동 제안에 "만나자고 요청하는 데 안 만난 적은 없다"면서도 "내일 최종 발표를 앞두고, 거의 마무리짓는 마당에 (제안을 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 의견조율 과정이 진통을 거듭하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공천혁신안 발표 이후 친노·비노간 정면 충돌이 피하기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홍의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안 의원도 뜬금없지만, 일일이 대꾸하는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꼴불견"이라며 "혁신위는 앞뒤없이 제도에만 덤벼들고 4·29 재보선 패배에 대한 복기는 없었다. 조기 선대위 체제밖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