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 카가와 신지(26·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세계 축구팬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캄보디아 골문 바로 앞에서 결정적 득점 기회를 놓친 슛 실수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카가와의 실수 장면이 동영상 공유사이트에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영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상황을 전하면서 부진에 빠진 대표팀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일본 스포츠지 사커매거진은 6일 ‘영국이 카가와의 결정적인 실수에 폭소를 터뜨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카가와의 실수를 향한 세계 축구팬들의 실소와 조롱을 소개했다. 문제의 상황은 일본이 지난 3일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캄보디아를 3대 0으로 이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E조 2차전 홈경기에서 벌어졌다. 일본이 1대 0으로 앞선 전반 41분이었다.
카가와를 포함한 일본 공격진 세 명은 캄보디아 수비진을 모두 따돌리고 골문 앞을 점령했다. 왼쪽을 뚫은 일본 미드필더 무토 요시노리(23·마인츠)는 반대편에서 쇄도한 카가와에게 공을 넘겼다. 카가와는 골문 앞 2m도 되지 않는 지점에서 공을 받았다. 캄보디아 골키퍼가 무토 쪽으로 치우친 덕에 카가와는 활짝 열린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카가와가 오른발 인사이드로 때린 공은 캄보디아 골키퍼의 품으로 정확히 안기고 말았다.
일본에는 대량 득점이 필요했다. 카가와가 놓친 득점 기회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일본 선수들과 결정적인 실점 위기에서 벗어나 안도한 캄보디아 선수들 사이에서 카가와는 골대를 발로 걷어차며 화를 내고 있었다.
카가와의 실수를 담은 중계방송 하이라이트 영상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로 옮겨졌다. 사흘 만인 오후 5시 현재 11만6000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계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축구팬들도 영상으로 몰려 “노답슛” “나이스 패스” “물 없이 고구마 10개 먹은 것처럼 답답한 슛” “카가와는 골대를 뻥 차고 그날 밤 이불도 뻥 찼다”고 조롱했다.
사커매거진은 “영국 지역신문 그래프가 ‘2야드(180㎝)의 폭소’라는 제목으로 실은 특집 동영상 기사와 트윗으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며 세계 언론과 축구팬들의 반응을 담았다. 카가와의 실수에 대한 사커매거진의 보도는 심각한 부진에 빠진 대표팀에 쇄신을 요구하는 일본 언론·여론의 목소리와 같은 맥락에 있다. 일본이 캄보디아전에서 거둔 세 골 차의 애매한 승리는 싱가포르(0대 0 무승부), 북한(1대 2 패), 한국(1대 1 무승부), 중국(1대 1 무승부) 등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5경기 만에 거둔 성과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0위 캄보디아를 상대로 뒤늦은 승리를 거두면서 바히드 할리호지치(63·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 언론과 여론의 생각은 할리호지치 감독과 달랐다. 더욱이 영원한 숙적이자 아시아의 동반자인 우리나라가 같은 날 경기도 화성 종합경기타운에서 FIFA 랭킹 174위 라오스를 불러 8대 0 대승을 거둔 탓에 일본 축구팬들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사커매거진은 “반드시 결정해야 하는 부분에서 놓쳤다. 안심한 듯한 모습이었다”며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명예를 회복할 움직임을 기대한다”고 했다. 일본은 오는 8일 중립지역인 이란에서 아프가니스탄과 3차전 원정경기를 벌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