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리아 내전 개입 확대 파장

입력 2015-09-06 16:57
유럽 난민 사태의 ‘발원지’인 시리아 내전에서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최대 후원국인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대폭 확대하면서 그 의도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타임스(LAT)는 미 정보당국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 인근 항구에 건설된 러시아 주둔군 시설과 중장비 등을 찍은 위성사진을 포함, 러시아의 크게 확대된 군사 개입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러시아가 군사 선발대를 시리아에 보냈다면서 수백명이 기거할 수 있는 규모의 조립식 주택이 아사드 대통령 선조들의 고향인 라타키아의 비행기 이·착륙장으로 최근 옮겨졌으며, 이동식 항공교통관제 시설도 시리아로 수송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또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최소 한 나라에 자국 군용기들이 시리아로 비행할 수 있게 허락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는 시리아인들의 제보라면서 8월 들어 군복이나 사복 차림의 러시아인들이 고속도로 검문소에서 비행장까지 시리아 정부군이 장악한 지역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의도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미군의 지원을 받는 반정부군에 대한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시리아 정부군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공세로 전략적 요충지를 잇따라 상실하는 등 궁지에 몰려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움직임은 시리아 정부군에 불리한 전황을 역전시키려는 시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워싱턴DC 소재 전쟁연구소의 군사전문가인 크리스토퍼 하머는 “러시아의 대규모 군수지원 규모를 볼 때 이는 실제 아사드 정부에 대한 지원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속임수로는 보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시리아 내전을 외교적으로 풀려는 미국의 노력을 무위로 돌아가게 할 뿐 아니라 전쟁을 한층 복잡하고 격렬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이 훈련하고 지원해 온 온건 반정부군을 러시아군이 공격하는 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러시아가 시리아 문제에 군사 개입한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미국 국무부가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다음 달초 시리아 내 IS 공습재개를 위해 의회 지지를 얻어낼 방침이다.

한편 시리아에서 IS의 세력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난민들의 엑소더스가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IS가 시리아 내 정부 장악 지역의 요충 도로인 M5 고속도로의 35㎞ 인근까지 진격했다며, IS가 이곳을 점령한다면 난민 수백만명이 탈출을 시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M5 고속도로는 다마스쿠스의 정부 장악 지역과 시리아 북서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도로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척추'라고 할 만한 도로다.

시리아 정부군은 3월 알누스라 전선 등 반군 연합에 이들리브 지역을 빼앗기고 5월에는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를 내주는 등 패퇴를 거듭해왔다. M5 도로까지 빼앗긴다면 이전의 패배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인디펜던트는 분석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