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석학 위르겐 몰트만 서울신대 석좌교수(독일 튀빙겐대 명예교수)는 지난 4일 “세상의 평화는 적에 대한 승리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화해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도 화해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트만 석좌교수는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총장 유석성) 성결의집에서 열린 ‘2015 제2회 국제학술대회’에서 평화의 신학자로 불리는 독일 디트리히 본회퍼가 1934년 세계교회협의회 회의에서 전한 메시지를 연구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평화와 기독교의 과제’를 주제로 서울신대와 장신대, 독일 튀빙겐대가 공동 주최했다.
몰트만 석좌교수는 “화해는 용서를 의미하고 선으로 악을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며 “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피조물이 함께 나누는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평화의 사도로 이 땅에 오셨고, 국가 민족 인종 계급보다 결속력이 더 강한 그리스도인 형제와 자매들이 교회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평화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몰트만 석좌교수는 “그러나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안보를 통해 이루고 있는 현 상황은 결코 평화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는 전쟁을 끝내는 것 이상의 정치·경제적 억압의 종식”이라며 “특히 평화는 평화로운 상태가 아니라 적대관계가 사라지고 국가 간 신뢰가 구축돼 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몰트만 석좌교수는 평화를 위한 교회의 적극적인 활동도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술에 만취한 운전자가 군중 속으로 차를 몰 때 그로 인한 희생자의 장례를 치러주고 가족을 위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운전자에게서 핸들을 빼앗는 것”이라며 “평화는 정의와 자유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석성 서울신대 총장도 ‘기독교와 평화’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최근 발생했던 남북 초긴장 상태에서 알 수 있듯이 평화는 우리 삶의 필수조건”이라며 “기독교의 평화는 정의로운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평화는 주어진 상태가 아니라 실현해 가는 과정”이라며 “교회는 평화를 건설해가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에서 평화의 실현은 통일”이라며 “한반도가 통일되면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에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해 7월 튀빙겐대에서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한 이후 두 번째다. 튀빙겐대에선 위르겐 캄프만 신학부 학장, 크리스토프 슈베벨 조직신학 교수, 롯 콘라드 실천신학 교수, 미하엘 틸리 신약학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한국에선 김명용 장신대 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신옥수 장신대 교수가 강연했으며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가 질의·응답 순서를 진행했다.
부천=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위르겐 몰트만 석좌교수, 서울신대 장신대 주최 학술대회에서 강연
입력 2015-09-06 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