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여의도에서 활동했던 여권의 '올드보이' 정치인들이 심상치 않다.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을 발판 삼아 중앙 정치 무대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천 남동갑에서 15∼18대 내리 4선을 한 이윤성(71) 전 의원을 비롯해 서울 동대문갑에서 '징검다리(14·16·18대) 3선'을 한 장광근(61) 전 의원, 서울 종로와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나란히 16∼18대 3선을 지낸 박진(59)·임태희(59) 전 의원이 출마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재선 출신 가운데 비교적 연배가 높은 이종구(65, 17·18대, 서울 강남갑)·이사철(63, 15·18대, 경기 부천 원미을) 전 의원이 수도권에서 재기를 노리는 올드보이에 꼽힌다.
새누리당의 정치적 기반인 영남권에서도 '권토중래'를 꿈꾸는 올드보이 정치인이 적지 않다.
우선 박창달(69, 15∼17대, 대구 동을)·권철현(68, 15∼17대, 부산 사상갑)·안경률(67, 16∼18대, 부산 해운대·기장을)·이인기(62, 16∼18대, 경북 고령·성주·칠곡)·임인배(61, 15∼17대, 경북 김천)·권오을(58, 15∼17대, 경북 안동) 등 전직 3선 의원들이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권 재선 출신 중에서도 이방호(70, 16·17대, 경남 사천·남해·하동)·엄호성(60, 16·17대, 부산 사하갑)·주성영(57, 17·18대, 대구 동갑) 등 한때 이름값을 올렸던 전직 의원들이 도전장을 낼 기세다.
'선거의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국회에 입성하려는 전직 의원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여느 때보다 실지(失地)를 회복하려는 옛 중견 정치인들의 행보가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선거구 재획정, 비례대표 의석 조정 등 공천·선거제도의 큰 변화가 예상되면서 전직 의원으로서 정치신인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이들은 금배지 전망도 덩달아 밝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특히 오픈프라이머리의 경우 현역 의원이 정치 신인에 견줘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이들 전직 의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정치 경력 짧고 인지도가 낮은 현역 의원과 경쟁하는 데 불리할 게 없는 제도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올드보이들이 재기를 노리는 지역은 정세균(종로)·유승민(대구 동을)·설훈(경기 부천 원미을) 등 여야 중견 정치인이 버티는 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19대 총선으로 국회에 들어온 초선 의원이 지키는 지역구다.
선거구 재획정 역시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다져놓은 탄탄한 조직을 재가동할 경우 결코 현역에 뒤지지 않는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서울 종로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박진 전 의원은 경선 경쟁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다른 지역으로 출마할 것을 권유하는 등 '교통정리'를 시도하기도 했다는 후문이 정치권에 돌고 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의 보좌관은 "18대까지 모시던 의원으로부터 '내년에 출마할 테니 옮겨타라'는 요청을 집요하게 받고 있다"며 "당시 그 지역구에서 맡았던 조직책을 다시 맡아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드보이들의 장점으로 꼽히는 인지도는 '구시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 겹쳐져 유권자들이 오히려 '염증'을 느끼게 되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일부 인사는 부정·부패에 연루됐거나 추문에 휘말리는가 하면 경선과 본선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돼 공천에서 제외됐거나 낙선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정계 복귀가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당 관계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은 20%를 물갈이하겠다는 등 혁신을 꾀하는 마당에 과거 인물들이 대거 본선에 나설 경우 여야의 총선 프레임 전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올드보이의 줄잇는 귀환” 인지도 높아 오픈 프라이머리 자신감
입력 2015-09-06 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