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기적의 피아노’에서 빠진 장면들

입력 2015-09-05 18:10
“사실적인 장면 전달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을 이용해 눈물을 뽑는다는 비판도 듣기에 거북한 것이 사실이다. 영화에서 필살기가 될 만한 장면들이었으나 우리의 욕심이 누군가에게는 오해와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들어내기로 했다.”

시각장애 13세 소녀 예은이가 피아노를 통해 꿈을 찾아가는 과정과 가족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다큐 ‘기적의 피아노’ 제작사인 보고싶은영화사 김근철 대표의 말이다.

모든 영화에는 최종본에서 제외된 아까운 장면들이 있게 마련이다. 촬영 기간만 3년 넘게 걸린 ‘기적의 피아노’는 막판까지 논란이 됐던 장면들이 유달리 많았다.

우선 제작진은 장애인이라는 소재에서 연상되는 신파적인 요소와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넣지 않기로 했다.

예은이가 미술 시간에 찰흙을 빚다가 “하마를 만들 거예요. 눈이 없는 하마”라고 말하는 장면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다. 영화는 보조 선생님이 눈물을 참지 못하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장면에서 그친다. 실제 교실을 나와 교무실로 간 선생님은 상당히 긴 시간 오열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신파를 최대한 지양하고 담담하게 만들자는 것이 연출 의도였기 때문 이 장면을 제외하기로 했다.

또 다른 장면은 예은이가 교회를 다녀온 어느 날 “엄마,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볼 수 있어요?”라고 느닷없이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다.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죽음’이라는 단어가 가족영화에 적당한가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이 장면 역시 삭제됐다.

엄마가 예은이를 혼내는 장면도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예은이 엄마 박정순 씨는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다가 젊은 시절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부부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다가 우연히 맡게 된 예은이를 입양했다.

사실, 예은이는 영화에서 나온 장면보다 엄마에게 더 심한 야단을 맞았다. 회초리로 손바닥을 맞기도 했다. 예은이도 엄마도 많이 울었다. 박정순 씨는 이 장면을 삭제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저는 예은이가 친딸이라고 생각했기에 회초리를 들었어요. 입양한 장애아라고 생각했다면 회초리를 들 수 없었겠죠. 그러나 남의 눈에는 제 뜻과는 다르게 아이를 학대한다고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작진은 엄마의 뜻을 받아들여 이 장면 역시 삭제했다. 이밖에 보행연습 장면 중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 외에 다른 날 촬영된 또 다른 장면은 겁을 먹고 우는 예은이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는 이유로 최종본에서 빠졌다.

우관식 선임기자 ksw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