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사진을 찍어서 세상에 알리는 것뿐이었다.”
해변으로 떠밀려온 세살배기 꼬마 난민 에일란 쿠르디의 모습을 촬영해 난민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 29세 여성 사진기자 닐류페르 데미르가 4일(현지시간) CNN 투르크 등과 인터뷰를 가졌다. 터키의 도안통신에서 사진기자로 일해 온 데미르는 최근 몇 달째 난민 문제에 관심을 두고 취재해왔다. 지난 2일에도 난민들이 그리스 섬으로 가는 장면을 취재하려 해변을 찾았다가 쿠르디의 주검과 마주했다.
데미르는 “쿠르디를 본 순간 겁에 질렸다. 쿠르디는 얼굴을 모래톱에 대고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을 찍는 것이 ‘쿠르디의 침묵하는 몸이 지르는 비명’을 표현할 유일한 방법이었다며 “충격적이고 슬펐지만 이 비극을 알리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쿠르디의 주검에서 100m 떨어진 곳에 형(5)의 시신이 있었고 다른 난민 아이들도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구명조끼나 튜브 하나 없는 맨몸이었다고 데미르는 설명했다.
데미르가 찍은 사진은 순식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을 타고 전해지면서 전 세계인에 큰 충격을 안겼다. 데미르는 “2003년부터 이 지역에서 수많은 난민 사고를 목격하고 촬영했다. 그들의 죽음과 비극이 오늘부터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방 언론들은 데미르의 사진을 과거 역사를 바꾼 사진들에 비교하며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1972년 네이팜탄 폭격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알몸으로 거리를 내달린 베트남 소녀 킴 푹의 사진이 미국 반전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면, 쿠르디의 사진이 난민 사태 해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소셜미디어에서 이 사진이 1993년 수단에서 촬영돼 퓰리처상을 수상한 ‘독수리와 소녀’(굶주린 소녀를 독수리가 노려보는 사진)에 비교되고 있다며 사진기자 데미르를 주목했다.
우관식 선임기자 kswoo@kmib.co.kr
꼬마 난민의 ‘소리 없는 비명' 알린 29세 여성 사진기자
입력 2015-09-05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