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 독일까지 걸어서 간다

입력 2015-09-05 10:49
유럽 난민위기가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난민들이 4일(현지시간) 독일행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에서 노숙하던 난민 수천명이 독일까지 걸어서 가겠다고 나선 것이다.

헝가리의 이민자 수용소 2곳에서 난민들이 탈출하고 경찰과 충돌을 빚는 등 혼란이 가중되자 정부가 버스를 동원해 이들을 오스트리아 국경 지대까지 실어다 주기로 했다.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1천여명이 그리스 본토로 가는 페리선에 타려다 경찰과 투석전을 벌이는 등 난민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헝가리 켈레티 역에서 노숙하던 난민 3천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이날 기차 탑승을 포기하고 걸어서 독일까지 가는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1차 목표인 오스트리아 수도 빈까지 240여㎞ 구간을 차도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빈까지 자동차로는 2시간30여분 거리지만 걸어서 가려면 50시간 이상 걸린다. 헝가리 경찰들은 차도를 따라 난민행렬을 보호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난민들의 독일행 기차 탑승을 방치했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1일부터 여권과 비자를 가진 이민자들만 탑승을 허용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이 때문에 난민들은 기차를 타지 못하고 켈레티 역 등에서 노숙해왔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도보행진에 나섰지만 아직 남아있는 난민도 1천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다페스트 외곽의 이민자 수용소 2곳에서는 난민 360여명이 탈출해 경찰이 추적에 나섰다고 헝가리 국영 뉴스통신 MTI과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긴장이 고조되자 헝가리 정부는 버스 100대를 동원해 이들을 오스트리아 접경지까지 데려다주기로 했으며 일부는 버스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한편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1천여명이 본토로 가는 페리선에 타려다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그리스 언론들에 따르면 난민들은 아테네 외곽의 피레우스항으로 가는 페리선에 태워달라며 “아테네! 아테네!”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 정부는 에게해 섬들을 돌면서 난민들을 본토로 옮기고 있으나 시리아 난민들만 태우고 있다.

스피로스 칼리노스 레스보스 시장은 국영방송 ERT와 인터뷰에서 레스보스 섬에 난민과 불법 이민자 1만5천여명이 있다며 현 상황은 폭탄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칼리노스 시장은 중앙정부가 페리선을 임시로 운행하고 있지만 매일 1천여명씩 섬으로 몰려들어 역부족이라며 “우리는 함대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관식 선임기자 ksw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