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해변가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익사체로 발견돼 전 세계를 울린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소년 에일란 쿠르디의 안타까운 사연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난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난민 문제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영국은 조만간 수천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일란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40)는 3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아침이면 같이 놀아달라고 어김없이 나를 흔들어 깨우던 아이들이 하루 아침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고 눈물을 쏟아냈다. 이어 “정말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는데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울먹였다.
시리아 다마스쿠스 출신인 압둘라의 가족들은 내전이 심해지자 터키로 넘어와 유럽 이주를 시도했다. 전에도 두 차례 그리스행을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이번이 세 번째 밀입국 시도였다.
압둘라는 고무보트 전복 당시에 대해 “보트가 큰 파도를 만나 뒤집혔다”면서 “너무 어두웠고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아우성치는 상황이어서 아이들을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가족들을 찾아 물에서 20분 가량 더 머물렀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압둘라 가족이 최종적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스웨덴이었다. 하지만 압둘라는 “이제 어디로도 갈 이유가 없어졌다”면서 “시리아로 돌아가 아내와 아이들 무덤가에 앉아 죽을 때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압둘라는 2일 가족과 함께 터키에서 그리스로 향하는 배를 타고 가다 에일란과 5세 갈립, 아내를 잃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고모 티마 쿠르디도 울분을 토해냈다. 그녀는 컬럼비아주 코퀴틀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카들은 더 나은 삶을 원했을 뿐 죽을 이유가 없었다”며 “난민을 온전히 돕지 않는 전 세계를 원망한다”고 말했다. 또 “조카들은 태어난 직후부터 이어진 내전 때문에 한번도 행복하게 살아보지 못했다”면서 “에일란은 2주 전 나한테 자전거를 사달라고 했었는데…”라며 흐느꼈다.
에일란은 숨졌지만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은 듯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에일란이 숨진 뒤 국제 난민구호기구와 어린이 관련 기관에 기부금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 에일란의 이름을 따 개설된 모금펀드에 하루 만에 473명이 1만5286파운드(약 3000만원)를 기부했다. 이 돈은 시리아 난민 어린이를 위해 쓰여진다.
에일란의 죽음은 유럽에서 난민에 가장 인색한 나라인 영국도 움직이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에일란 사건을 계기로 수천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수일 내 공식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에일란 2주 전 자전거를 사달라고 했었는데…” 전 세계 울린 세 살배기 난민 소년
입력 2015-09-04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