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의 대선후보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3일(현지시간)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중동정세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 동문서답과 좌충우돌식 답변으로 일관해 쓴 웃음을 자아냈다. 채프만대 휴 휴잇 교수의 이름을 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트럼프는 이란혁명수비대와 쿠르드족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냈다. 또 주요 이슬람 테러단체 지도자들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들을 만날 위치에 있지 않아서 모른다”며 “대통령이 되면 (사회자인) 당신보다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둘러댔다. 트럼프는 휴잇 교수가 자신을 망신주기 위해 ‘이것도 아느냐, 저것도 아느냐’는 식으로 질문한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자 휴잇 교수는 칼리 피오리나를 전화로 연결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두 사람 다 CEO 출신으로 공직 경험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피오리나는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란 정권을 떠받치는 핵심 기구이며 이란핵협상으로 금융제재가 해제되면 서방의 돈이 이란혁명수비대로 들어갈 것이라고 막힘없이 답변했다. 피오리나는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차이점도 정확하게 설명했다.
트럼프의 이런 외교 무지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발표된 몬머스 대학의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트럼프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4% 포인트 많은 30%로 뛰어올랐다. 흑인 신경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이 18%의 지지율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벤 카슨과의 1대1 맞대결에서는 36% 대 56%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9명의 후보끼리 가상의 맞대결을 펼칠 경우 트럼프는 나머지 8명의 후보를 모두 제쳤으나, 카슨에게만 무릎을 꿇었다.
트럼프는 이날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당내 경선에서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탈당하거나 제3당의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외교무지 드러낸 트럼프
입력 2015-09-04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