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2박3일 방중을 계기로 동북아시아의 외교 지형도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新) 냉전’ 구도로 향하던 구심력이 약화됨에 따라, 북핵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외교적 입지를 넓일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박 대통령 방중, ‘파격’의 연속=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으로 한·중 양국은 밀월 관계임을 재확인했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 중에서 정상이 전승절에 참여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삼각공조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무릅쓴 선택이었다.
중국 측은 한국의 이 같은 선택에 대해 박 대통령을 특별 예우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우선 지난 2일 박 대통령이 베이징(北京)에 도착하자마자 공식 서열 1·2위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연쇄회담이 진행됐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을 특별 단독 오찬 자리에 초대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을 잘 모시라”고 수차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대통령을 위한 별도의 영접팀과 전용 대기실을 마련해줬다. 전승절 열병식에서는 시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옆에 박 대통령 자리를 배정해 중국이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대외에 표출했다.
◇‘한반도 비핵화’, ‘도발 불용’ 원칙 재확인=우리 정부는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준비하면서 그 목적이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 레버리지 활용’을 국내·외에 전했다.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명분을 내걸어 한·미 동맹 약화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였다. 전승절 열병식 행사가 종료된 이후 미국 조야(朝野)에서는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박 대통령의 참석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중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는 어떤 행위에도 반대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 또 구체적인 합의는 나오지 않았으나,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의미 있는 비핵화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도 다시 확인됐다.
중국 측이 이번에 내놓은 입장은 그간의 공식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미 동맹과 마찬가지로 북·중 동맹이 여전히 유효한데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는 전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중국이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취할 수 없으리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북·중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한·중이 한 목소리를 낸 자체만으로 북한에 압박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남은 과제는 한·미·일 공조 강화=한·중 관계를 최상으로 끌어올린 우리 정부는 대북 압박의 또 다른 축인 한·미·일 공조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다음달 중순 박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를 계기로 양국 정부는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와 관련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정상회의 또한 중요 관전 포인트다. 그간 우리 정부는 올해 안에 3국 정상회의 개최하고자 노력했으나 중국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었다. 박 대통령의 방중으로 중국의 참여 약속을 받아냄에 따라, 3국 정상회의 개최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특히 회의를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양국 관계가 반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정부가 10월 31일 또는 11월 1일에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중국과 일본에 타진 중이라고 4일 보도했다. 신문은 또 한·일 정부가 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회담을 열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한·중 밀월 재확인하고 돌아온 박 대통령, 이제 한·미·일 삼각공조 챙기기
입력 2015-09-04 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