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못지않게 잘하네.”
K리거들은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차전에서 팬들로부터 이런 소리를 들었다. 이날 출장한 K리거 필드플레이어는 선발로 나선 권창훈(21)과 홍철(25·이상 수원 삼성) 등 네 명이었다. 이들은 쟁쟁한 해외파 틈바구니에서 K리거의 저력을 보여줬다.
권창훈은 2선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최전방과 중원, 측면을 휘저었다. 저돌적인 돌파와 강력한 슈팅으로 라오스 수비벽에 균열을 만들었다. 프리킥을 전담하며 킥 능력을 뽐내던 권창훈은 전반 30분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A매치 데뷔골이었다. 기세가 오른 권창훈은 후반 30분엔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가 날아오자 몸을 던져 왼발을 갖다 대 한국의 6번째 골을 만들었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한 권창훈은 그해 8경기 출장해 1도움에 그쳤다. 지난 시즌엔 20경기에 나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엔 26경기에서 7골을 몰아치며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대표팀 소집 이후부터 정말 많이 성장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8대 0 대승 주역이 해트트릭을 달성한 손흥민(23·토트넘)이라면 조연은 홍철이다. 홍철은 공격 본능이 뛰어난 풀백이다. 이를 잘 아는 슈틸리케 감독은 홍철에게 과감한 오버래핑을 주문했다. 홍철은 도움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공격형 풀백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전반 9분 이청용의 선제골을 도운 홍철은 3분 뒤 손흥민의 추가골도 어시스트했다. 후반 12분엔 석현준(24·비토리아 FC)의 A매치 데뷔골까지 이끌어냈다.
홍철은 라오스전에서 맹활약한 덕분에 박주호(28·도르트문트) 등 해외파와 본격적인 주전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다만 수비가 불안한 것이 약점이다. 홍철은 “앞으로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기용돼 수비력도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감독님께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후반 16분 석현준 대신 투입된 황의조(23·성남 FC) 역시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황의조는 골을 넣진 못했지만 뛰어난 위치 선정 능력과 날카로운 슈팅력을 보여 줬다. 후반 31분 교체 출전한 이재성(23·전북 현대)도 후반 추가시간 골을 터뜨리며 해결사임을 증명했다.
라오스전에서 K리거들이 선전하자 해외파들은 긴장하고 있다. K리거와 해외파의 경쟁은 ‘슈틸리케호’의 전력 향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슈틸리케호’는 8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레바논 남부도시 시돈의 시립경기장에서 레바논과 3차전을 치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라오스전에서 드러난 K리거들의 저력
입력 2015-09-04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