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시진핑’ ‘개구리 장쩌민’ 中열병식 SNS 검열

입력 2015-09-04 11:32 수정 2015-09-04 16:32

항일승전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중국 최고 지도층을 풍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스팅도 당국의 검열을 받았다.

4일 영국 BBC방송 등 서방 언론에 따르면 열병식이 열린 전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 SNS와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곰돌이 푸’ 인형이 장난감 자동차에 앉아있는 사진이 나돌았다.

이 사진은 웨이보에서 6만5000차례나 공유되며 인기를 끌었으나 곧 사라졌다.

사진에 별다른 설명이 달리지 않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자국산 훙치(紅旗) 리무진을 타고 군인들을 사열한 모습을 빗댄 유머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2013년 시 주석의 미국 방문 당시 그가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은 곰돌이 푸와 그 친구인 호랑이 캐릭터 ‘티거’가 함께 걷는 모습과 비슷하다며 이야깃거리로 삼는 등 시 주석의 별명 중 하나가 곰돌이 푸이기 때문이다.

열병식 도중 다소 지친 듯한 시 주석의 표정도 누리꾼들 농담 소재로 올랐으나 당국의 그물에 걸렸다.

한 웨이보 이용자들이 ‘너무 피곤해’ ‘너~무 더워 죽을 것 같아’라는 자막을 입혔으나 오래지 않아 모두 삭제됐다.

최근 사망설과 부패 연루설에 휩싸였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 “오늘 제일 큰 뉴스네”라고 언급한 SNS 글과 장쩌민 주석과 닮은 개구리 사진을 올린 것도 검열을 피하지 못했다.

검열 대상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이 사열 도중 왼손으로 경례하는 듯한 모습도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다.

누리꾼들이 ‘시 주석이 왼손잡이라서 실수했다’ ‘민간인은 원래 왼손으로 경례하는 건가?’ 등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갑론을박을 벌이자 당국은 인민일보를 통해 “시 주석이 손을 들어 화답하는 모습이 경례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