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해트트릭··· 한국, 라오스에 8대 0 대승

입력 2015-09-03 21:58
태극전사들의 기량을 뽐내는 ‘쇼타임’ 같았다. 전반 9분 나온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의 선제골부터 후반 추가시간 터진 이재성(전북 현대)의 쐐기골까지 시원한 소나기골이 쏟아졌다. 특히 프리미어리거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했다. 8대 0. 내용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경기였다.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7위)은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8골을 몰아치며 대승을 거뒀다. ‘슈틸리케호’의 한 경기 최다골 기록이다.

지난 6월 1차전에서 미얀마를 2대 0으로 꺾은 한국은 이날 승리로 2연승을 내달렸다. 한국 대표팀은 5일 자정 무렵 레바논으로 출국해 8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레바논(133위)과 G조 3차전을 치른다.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석현준(비토리아 FC)은 최전방 원톱으로 출격했다. 4-1-4-1 포메이션에서 좌우 날개엔 손흥민과 이청용이 포진했고, 중원에는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권창훈이 전진 배치됐다. 5명이 공격진으로 나선 것이다. 정우영(빗셀 고베)은 혼자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좌우 풀백으로는 홍철(수원 삼성)과 장현수(광저우 푸리)가, 중앙 수비수로는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호흡을 맞췄다. 골문은 권순태(전북 현대)가 지켰다. A매치 데뷔전이었다.

세미 프로 수준의 선수들로 구성된 라오스 대표팀(174위)은 예상대로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한국에 맞섰다. 최전방 원톱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페널티지역 앞쪽에 진을 쳤다. 그러나 라오스는 한국의 거센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금세 무너졌다.

전반 9분 이청용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홍철의 왼쪽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가장 먼저 라오스 골문을 열었다. 이청용이 대표팀 경기에서 골 맛을 본 것은 2013년 11월 스위스와의 친선 경기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3분 후엔 손흥민이 홍철의 왼쪽 낮은 크로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재치 있는 오른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A매치 45경기 12호 골이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전반 30분 세 번째 골을 뽑아냈다. 권창훈은 페널티지역 정면 외곽에서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슈팅을 날려 그물을 흔들었다.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발탁하면 골은 넣는 ‘슈틸리케 매직’은 이번에도 통했다. 석현준은 후반 12분 홍철의 왼쪽 낮은 크로스를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어 골로 연결시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다. 홍철은 이날 도움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후반 16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을 불러들이고 황의조(성남 FC)를 투입했다. 황의조는 데뷔전 데뷔골을 넣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며 몇 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골을 넣진 못했다.

한국의 득점포는 식을 줄 몰랐다. 손흥민은 후반 29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각이 없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슈팅을 날려 한국의 다섯 번째 골을 넣었다. 1분 후 권창훈은 페널티지역에서 태권도 발차기 같은 슈팅으로 멀티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후반 44분 해트트릭을 달성한 후 환하게 웃었다. 이재성은 후반 추가시간 8번째 골은 넣어 득점 행진을 마무리 지었다.

한국이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은 바람에 3년 6개월 만에 대표팀 골키퍼로 복귀한 권순태는 실력을 뽐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