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품격에 맞는 시계를 차야 합니다.”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 김모(44)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59) 의원에게 3120만원 상당의 해리윈스턴 시계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월엔 “시계 1개만 차면 단조롭다”며 3957만원 상당의 브라이틀링 시계를 추가로 줬다. 박 의원은 “가족 같은 사이”라고 김씨와의 관계를 설명했지만 김씨는 사실상 박 의원의 ‘스폰서’ 역할을 하며 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가 박 의원과 친분을 맺은 때는 18대 총선을 앞둔 2008년 4월이다. 김씨는 각종 지역 인터넷카페 운영자로 활동하며 선거운동을 도왔고, 박 의원의 지역개발 공약 등을 자신의 사업에 활용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박 의원에게 “의정보고서 발간비용에 보태라”며 큰 봉투 2개에 포장된 현금 1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건넸다. 또 지역구사무실 민원인 선물용으로 모두 868만원 상당의 머그컵 504세트와 강화유리접시 1700세트를 선물했다. 명절인사와 아들 결혼식 축의금 명목으로 3차례에 걸쳐 현금 1억7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국회의원 활동으로 생긴 피로를 풀라”며 선물한 고급안마의자는 867만원 상당에 이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3일 박 의원을 2011년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정치자금 3억5810만원을 10차례에 걸쳐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박 의원의 아들 2명은 별도로 김씨로부터 명품시계 IWC(780만원), 브랑팡(1153만원), 위블로 골드(3091만원), 위블로 콤비(1871만원), 태그호이어(1780만원), 로렉스(1580만원)를 받았고 부인은 루이비통 가방 2개(각각 500만원)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국회의원 품격에 맞는 시계 차야죠”… 박기춘의 스폰서
입력 2015-09-03 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