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A중학교 교실에 휴대용 부탄가스통을 터뜨린 용의자 이모(15)군이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은 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의호 영장전담판사는 “도망할 염려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어 소년에 해당하나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군 측은 정신질환을 범행 이유로 내세우며 “구속보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울증 등 몇 가지 증상을 보여 입원치료를 받았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전학을 간 서초구 B중학교에서 약한 정도의 ‘왕따’를 겪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찰은 이군이 2차 테러를 준비한 점, 흉기를 소지했고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을 참고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반박했다. 재범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군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해 “굉장히 후회한다. 나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려고 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일부러 빈 교실을 골라 범행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군의 변호인은 “이군이 사춘기 또래의 특성상 힘을 과시하고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군은 변호인 접견 때 “머릿속에서 불이 나는 장면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떠오른다. 내가 불을 지르고 싶다는 게 아니라 교실에 불이 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군 측은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았던 정신과의 소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담당 의사는 “우울증 및 몇 가지 증상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이군 측은 “합리적인 계획이나 목적을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며 “환자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군은 유치장 안에서도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학을 간 서초구 B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군 측은 “직접·물리적 폭력을 당한 건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교우 관계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전학 이후 혼자 밥을 먹고 친구가 없었으며 굉장히 위축된 상태로 학교생활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경찰은 ‘2차 테러’ 위험을 강조하는 증거물을 추가로 공개했다. 양천경찰서는 “검거 당시 이군의 가방 안에서 과도가 발견됐었다”며 “휘발유를 훔칠 때 마트에서 함께 훔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최초에 공개한 이군의 검거 당시 소지품은 휘발유와 폭죽, 반팔 상의, 훔친 현금·카드, 휴대전화가 전부였다. 뒤늦은 증거물 공개 이유에 대해 경찰은 “검거와 언론 브리핑에 여러 팀이 동원되다 보니 혼선을 빚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훈 김판 심희정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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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03 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