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넌 사람이 아니다”와 산케이의 박근혜 망언… 한중일 삼국지

입력 2015-09-05 00:05

박근혜 대통령을 일본 낭인에게 시해된 명성황후에 비유하는 칼럼을 게재해 물의를 빚고 있는 산케이가 거꾸로 일본 아베 총리에게 거친 말을 한 일본 진보 진영을 거칠게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이건 마치 겨 묻는 개 나무라는 격 아닌가요? 4일 한중일 삼국지입니다.

산케이는 지난 1일 밤 인터넷을 통해 ‘언어폭력을 하고도 태연한 인간은 평화를 말할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기고를 송고했습니다.

신문은 이시다이라라는 평론가의 기고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거친 언사를 내뱉은 진보 진영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이시다이라는 지난달 30일 도쿄 나카타초 국회의사당 앞 안보법안 반대 집회에서 야마구치 지로 교수가 아베를 향해 “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한 것을 들먹였습니다. 비록 사극의 특정 문구를 차용한 것이지만 현대 인권감각에서 볼 때 아베 총리 개인에 대한 언어 폭력이라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아베 총리를 향해 “시시한 인물”이라고 발언한 것도 문제 삼았습니다. 또 일본학술회의 전 회장인 히로 와티리 세이고씨는 지난 7월 아베 총리에게 “바보이거나 거짓말쟁이”이라고 힐난했다는군요. 아울러 안보법안 반대 학생단체인 SEALDs(쉴즈)의 핵심멤버는 “바보야 넌”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이시다이라는 언어 폭력을 태연하게 말하는 인간은 평화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성과 절제를 잃고 아베 총리를 향해 원한을 내비쳤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의 진보는 죽었다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시다이라의 비판은 사실 산케이에게 적용되는 문제입니다.

이 기고가 나간 바로 다음날 산케이는 “미국·중국 양다리, 한국이 끊을 수 없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라는 칼럼을 통해 망언을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칼럼은 한국의 외교사를 사대주의로 평가절하했고,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을 일본에 의해 시해된 명성황후에 비유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망언에 가까운 칼럼을 게재하면서도 아베 총리를 향한 진보 세력의 비판에는 평화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그러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거죠.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