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노란색 패션의 의미

입력 2015-09-03 16:57
국민일보DB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황금색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전 세계가 주목한 행사의 성격과 중국 인민들의 정서를 두루 고려한 ‘패션 선택’이었다.

중국 정부가 민족부흥과 대국굴기의 의미를 담아 전승절 행사를 준비해왔고, 중국 사람들이 예로부터 붉은 색과 더불어 황금색(黃)을 귀하게 여겨온 만큼 이를 감안해 축하의 의미로 이런 복장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황(黃)색이 드넓은 대지를 상징하며, 복(福)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다. 황금색은 황제의 권위도 상징하는 만큼 정상으로서의 품격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의 공식 예복인 중산복(인민복)을 차려입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검정 계열의 양복을 주로 착용한 30개국 정상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의 황금색 재킷은 단연 눈에 띄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의상은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붉은색 원피스와 묘한 조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 행사 참석에 앞서 각국 정상들과 함께 단체 기념촬영을 했고, 이 자리에 펑 여사가 붉은 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것이다. 단체 촬영에선 시 주석의 왼편에 펑 여사가 자리했고, 펑 여사 바로 옆에 박 대통령이 위치했다. 중국에서는 붉은색에 황금색 수를 놓거나 글씨를 새기는 것이 좋은 징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이 펑 여사 의상과의 조화도 고려해 황금색을 택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정치인의 패션은 정치적 성명을 발표하는 일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박 대통령은 그동안 방문하는 나라나 상대방에 따라 패션을 달리해 왔다. 2013년 6월 취임 이후 첫 중국 국빈방문 때는 각각 노란색 정장과 한복을 입고 정상회담과 국빈만찬 일정을 소화했다. 2014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하고 중국인이 선호하는 붉은색 재킷을 입는 등 시종일관 시 주석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첫 미국 방문(2013년 5월)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재킷을 입고 백악관을 찾았다.

한편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분이다. 박 대통령을 잘 모셔라”는 지시를 실무진에 수차 하달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중국 측은 시 주석 지시에 따라 박 대통령을 전담하는 별도의 영접팀을 구성했다고 한다. 특히 전날 박 대통령이 시 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연쇄회담을 하고 시 주석과 별도의 단독 특별오찬을 가진 것도 각별한 예우 차원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중국 측은 전승절 행사 이후 열리는 오찬 리셉션 때도 박 대통령만을 위한 전용 대기실을 마련했다고 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