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마다 공채가 쏟아지는 9월, 취업준비생들은 20~30개씩 기업에 지원서를 넣으며 취업에 도전하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십상이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만의 콘텐츠로 원하는 회사 바로 간다’(FKI미디어)의 저자 이재호 교수의 도움으로 취준생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았다. FKI미디어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자회사인 경제·경영 전문서적 출판업체다.
◇나에게만 있는 ‘평범함’ 찾기=취업을 준비하던 여대생 A씨는 공무원으로 일하는 부모님 밑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은행권에 취업을 하기로 결심한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점이 다소 부족했다. 화려한 스펙은 아니지만 서예를 잘 한다는 소소한 특기가 있었다. A씨는 이를 활용하기로 했다. 영업은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생각한 A씨는 고객의 각종 기념일을 붓글씨와 함께 챙기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예를 들면 입춘에는 입춘대길을 한자로 정성스레 써서 고객에게 전달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함께 준비한 금융상품 안내책자 설명을 간단히 하는 것. 결국 A씨는 이날 면접 심사위원들로부터 뛰어난 영업 마인드를 인정받아 B은행에 입사하게 됐다.
A씨가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영업 마인드’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은행권의 특성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업종의 특성을 이해하니 자신의 평범한 특기를 어떻게 역량으로 소화해낼 것인지 풀어갈 수 있었다. 요즘 취업 시장에서는 특별하고도 굉장한 스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갈수록 구체적으로 상황을 가정하는 기업 자기소개서 질문이 유도하는 것은 지원자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다. 스펙을 ‘Just Itself'식으로 단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이라도 나만의 경험이 기업에서 어떻게 발휘될 수 있을지를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
◇전공 고민? No!=통계학과에 다니던 B씨는 통계학 전공으로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하던 그는 학교에서 취업 멘토링 후 빅 데이터 공부하기로 했다. 멘토의 조언은 우리나라 빅 데이터 전문가를 찾아가라는 것. B씨는 수소문 끝에 CAD 우리나라 최초 공식 펠로를 찾아갔고 빅 데이터 전문가 모임을 소개 받아 참여할 수 있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 삼성, SK 등 대기업 직장인들과 함께 빅 데이터를 공부했다. 전국 대학생 빅 데이터 경진대회에서 2등을 하기도 했다. B씨가 대학 3학년 때 이미 빅 데이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자 많은 제약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해왔다. B씨는 이를 물리치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글로벌 제약회사를 목표로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취업 시즌이 되면 B씨처럼 전공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전공 역시 자신만의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전공을 특성 삼아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 넓게 보는 시각이 부족할 뿐이다. 스스로 본인의 전공이 한계를 가진다고 규정해버리면 결코 비즈니스와 연결할 수 없다. 지원하려는 기업의 업종 분석에 기반을 두고 해당 학과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특성을 보여주면 된다.
◇스펙에 색을 입히는 기업분석=누구나 가질 수 있는 스펙이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백인백색’으로 옷을 입힐 수 있다. 그 베이스가 바로 기업분석이다. 스펙은 스펙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려면 그 기업에 대한 탐색 과정이 필요하다. 관련 산업 협회에 들어가면 라이브러리를 찾아보는 노력은 물론 시가총액과 주가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시장에서 업종의 트렌드, 수요 공급 상의 특징, 소비자의 변화, 기업문화 등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시장의 성장세, 시장의 성장세 혹은 사양세 여부와 원인, 시장 규모를 재료로 취업 전략을 짜야 한다. 오너기업인지 전문경영인 기업인인지 등 기업문화에 대한 정보도 그 기업이 조직 중심인지, 개인 역량 중심인지 파악하는 밑거름이 된다.
◇현대차, 우직한 기업=자동차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현대차그룹은 ‘역발상 전략’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점이 특징이다. 특유의 저돌성과 뚝심으로 세계 최고 자동차 기업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짜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미국 공장이 폐쇄할 때 조지아에 신규 공장을 짓는 등 역발상 전략이 현대차그룹의 성공 신화로 쌓였다. 현대차 개개인 직원의 역량도 그룹의 정체성과 닮았다. 현대차그룹의 인재상은 독립적이고 저돌적인, 뚝심 있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현대차는 기술면에서 시장의 선두기업이 됐지만 판매에 있어서는 업계 후발주자의 한계를 직면하고 있다. 만들면 다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차는 소비자를 이해한 디자인과 그들의 니즈에 집중하며 인문학을 접목하는 추세다. 사내에서 인문학 콘서트를 열 정도로 인문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생활인터넷을 꿈꾸는 SK텔레콤=사람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통신사업 분야에서 SK텔레콤은 ‘생활인터넷의 허브’를 추구한다. 통신회사에서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플랫폼으로 일상생활의 전자기기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허브 구축이 현재 SK텔레콤의 관심사다. 이를 이해하려면 사물인터넷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통신회사라는 특성 때문에 영업이 중요한 SK텔레콤의 수익모델을 파악하는 것도 관건이다.
◇삼성전자, 기계에 인문학을 더하고 싶어 = 우리가 아는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와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력의 집합체다. 그런 삼성전자가 제조업의 타이틀을 벗으려 한다. 디자인에 집중하고 구글과 애플처럼 인문학적 요소가 더해진 컨셉을 추구한다. 기술만 갖춘 인재보다는 세상을 보는 눈이 새로운 인재를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쓸 수 있는 고급 엔지니어들은 이미 충분하다. 삼성전자가 변화를 시도하게 된 글로벌 환경을 이해하고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 LG화학= LG화학은 기본적으로 석유화학임에도 불구하고 미래 지향적인 사업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를 무대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LG화학은 체계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산업 수요에 관심을 보이며 새로운 고부가가치 재료에 매진한다. 개발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LG화학은 인내력과 꾸준함을 중요시하는 기업이다.
지난달 24일 전경련 자회사인 FKI미디어는 숙명여대 취업 멘토 이재호 교수와 함께 기업별 취업 공략을 담은 ‘바로 취업’ 시리즈(총론서 1권, 개론서 10권)를 펴냈다. 이 교수는 “근본적으로 자신이 가려고 하는 회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역량 있는 콘텐츠가 나오기 어렵다”며 “먼저 기업의 히스토리와 산업 구조를 알고 뼈대에 살을 붙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9월 대기업 공채의 계절, 취업 이렇게 준비하세요!!!
입력 2015-09-03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