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푸틴 무슨 얘기 나눴나…한반도 문제 신(新) 변수로 떠오른 러시아에 북한 관리 당부했을 듯

입력 2015-09-03 16:17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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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주최 환영만찬 행사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최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해온 푸틴 대통령에게 박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저녁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한·러 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청와대가 3일 밝혔다. 상세한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1시간20여분 간 진행된 만찬에서 박 대통령 바로 왼편에 푸틴 대통령이 앉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잖은 대화가 오간 것으로 추측된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수교 25주년을 맞는 올해 한·러 양국 관계를 평가하는 동시에 ‘8·25 남북합의’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을 제외하면 6자회담 당사국 중 대북(對北)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러시아뿐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푸틴 대통령에게 당부했을 수도 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을 전후해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서지 않도록 하고, 핵무기 개발 중단에도 러시아가 일정한 역할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을 개연성도 높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 이어 푸틴 대통령에까지 대북 압박을 강조했다면 북한에게는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오랜 기간 ‘혈맹’으로 여겨졌던 북·중 관계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으로 한·중 관계보다 뒤처지게 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러시아까지 대북 압박에 가세할 경우 북한은 최악의 고립상황에 빠지게 된다. 다만 러시아도 북한에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어 한국이 주도하는 대북 공조에 ‘완전한 형태’로 합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편 박 대통령은 만찬 전 대기장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도 환담했다. 박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오른편에 앉았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도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