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열병식 참관-한.중 질적 도약 과시

입력 2015-09-03 16:24
국민일보DB

박근혜 대통령이 3일 대한민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중국의 심장’ 베이징 텐얀먼(天安門) 성루에 올라 ‘시진핑(習近平) 중국’의 ‘군사굴기(軍事?起)’ 현장을 지켜봤다. 박 대통령의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은 23년 한·중 수교사(史)의 커다란 전환점임과 동시에 ‘혈맹’이었던 북·중 관계 추락의 단면도 여실히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3일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1시간30분 동안 텐얀먼 광장에서 진행된 사상 최대 규모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를 참관했다. 한국 정상이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을 지켜본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각별한 예우를 받으면서 한층 밀착된 한·중 관계를 과시했다.

박 대통령은 성루에서 시 주석의 오른편 두 번째 자리에 착석, 열병식을 지켜봤다. 중국의 전통적 혈맹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다음 자리였다. 성루에는 30개국 정상과 정부대표 19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10명이 함께 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천안문 돤먼(端門) 남쪽광장에서 시 주석 부부 바로 옆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시 주석과 나란히 성루에 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이 외국 정상 30명 중 박 대통령 바로 옆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성루 좌석도 가까이 마련한 것은 큰 배려이자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중국의 항일영웅모범부대인 팔로군(八路軍), 동북항일연군(東北抗日聯軍), 신사군(新四軍) 등 노병들의 분열도 지켜봤다. 각각 광복 70주년, 승전 70주년을 맞은 한·중 양국의 두 정상이 항일 독립투쟁의 역사를 다시 한번 공유하면서 일본에 과거사 인식 재정립을 압박했다는 의미다.

반면 1954년과 1959년 두 차례 김일성 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와 함께 텐얀먼 성루 중앙에 섰던 북한은 중심부에서 완전히 밀려나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북한 대표단장 자격으로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성루 오른편 끝 쪽에 자리했다. 반세기 간 이어졌던 ‘조·중(朝中)친선’관계의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이번 전승절 참석을 통해 한·중 밀착은 물론 강력한 대북 압박공조, 한반도 평화통일 논의,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합의라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반면 미국과 일본이 제기할 수 있는 한국의 지나친 ‘중국 경사론(傾斜論)’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 기념행사에 이어 시 주석이 주최한 정상오찬 리셉션에 참석한 뒤 오후 상하이(上海)로 이동했다. 4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과 동포간담회, 한·중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베이징=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