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공정위 저승사자…지철호 상임위원 퇴임

입력 2015-09-03 16:16
공정거래위원회 지철호(사진·55) 상임위원이 3일 퇴임했다. 행시 29회인 지 위원은 1987년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 근무를 시작으로 30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공정거래 업무에 매진했다. 공정위 재판관 격인 상임위원을 맡기 직전까지 카르텔조사국장, 기업협력국장 등 주요 보직을 섭렵하면서 강력하고 꼼꼼한 조사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과도한 판매수수료 등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는데 앞장섰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저격수’ ‘저승사자’로 불리는 등 업계에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2010년 카르텔조사국장 당시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체 담합을 적발해 사상 최대 과징금인 6000억원을 부과했다.

굵직굵직한 수백 건의 사건을 처리한 지 위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초임 과장 시절 해결했던 교복담합 사건이다. 2001년 당시 제일모직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대리점주들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하고 한편으로는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학부모들을 괴롭히는 수법으로 조사를 방해했다. 전국 곳곳으로 현장조사를 나갔지만 증거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지긋한 한 대리점주의 컴퓨터에서 담합행위와 증거인멸을 입증할 증거를 찾아냈고 교복 3사는 105억원의 과징금을 냈다.

퇴임 이후 지 위원은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불공정 개선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지난 8월에는 동국대학교에서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 위원은 “교복담합을 해결하고 난 뒤 눈물을 흘리던 학부모들과 함께 울었던 게 공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도 스포츠 분야 등에서 피해를 보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