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가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덜어주는 삶의 지혜 10가지

입력 2015-09-03 18:57
한국골든에이지포럼(회장 김일순·연세대 명예교수)이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 스스로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는 생활수칙의 10가지를 개발, 발표한다. 오는 8일 오후2시부터 4시30분까지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재단(프레스센터) 빌딩 19층 기자회견장에서다.

김일순 골든에이지포럼 회장은 ‘초대의 글’에서 “우리나라는 역사상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저출산,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기 시작했다”며 “고령자 스스로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삶의 지혜 10가지를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고령자들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가정과 사회 및 국가적 부담이 고스란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 몫으로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고령화 사회 문제들을 현명하게 풀지 못할 경우 머지않아 국가재정 파탄은 물론 국가부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든에이지포럼이 개발한 ‘고령자가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는 생활의 지혜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자녀들에게 효(孝)를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맙시다=효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이지만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의 효는 이제 제반 생활여건의 급속한 변화로 올바로 지키기 어려워져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효(孝)’는 오랫동안 노부모를 모시는 가장 중요하고 우선해 지켜야 할 인간의 도리(道理)로 여겨왔다. 그래서 ‘불효(不孝)’는 사회문화적으로 큰 지탄의 대상이었다.

농업이 주된 산업이었던 과거에는 보통 3대가 한집에서 살아가는 대가족사회였다. 대가족사회에서는 경제의 중심이 토지와 여기에서 생산되는 농산품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며 토지는 노부모의 소유였다. 따라서 노부모는 자연스럽게 가족 경제의 중심에 있었고, 가족 내 모든 대소사(大小事)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위치에 있었을 뿐 아니라, 노부모를 모실 가족 수가 많아 효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잘 지켜져 왔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여러 면에서 급속하게 변화해 왔다. 그 중 가장 큰 변화의 하나가 가족구조입니다.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핵가족이 소 핵가족으로 빠르게 바뀌었는가 하면 최근엔 1인 가구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자녀는 성인이 되면 점차 거주 지역은 물론 경제적으로나 가족 내 의사결정에서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있다. 여성은 교육수준과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과거의 전업주부에서 벗어나 가정 내에서는 물론 사회활동에서도 주도적으로 그 역할을 담당해 가고 있다.

대다수 노부모는 가족 내 경제주체에서 멀어졌을 뿐만 아니라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에서도 벗어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가정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왔던 도리로서의 효가 변화된 오늘의 현실과 부딪쳐 그 중요성이 퇴색될 수밖에 없고 실천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 세태(世態)다.

집안 어른을 모신다는 점에서 효가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이제 노부모를 누가 모셔야 하며 비용은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 가로 형제 자매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지경(地境)에 이르렀다. 특히 한 가정의 자녀수가 1-2명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노부모를 모시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노부모가 후세대들에게 효를 강조하면 젊은 세대에 불효라는 큰 부담을 주게 되며 심하면 세대 간 가족 간의 갈등과 마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부모부양에 대한 국민의식 또한 현실에 맞게 크게 바뀌고 있다. 부모부양은 가족책임이란 인식이 1998년 89.9%에서 불과 16년이 지난 2014년 31.2%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다. 부모부양이 자녀책임이란 인식은 날로 쇠퇴해 가고 있다. 부모와 자녀 모두가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것이 큰 흐름이다.

효를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일이 종종 가족 구성원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는 가능한 한 스스로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이에 대처해 나가도록 하자.

2. 건강관리를 더 열심히 해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맙시다=고령자가 건강을 잃게 되면 일차적으로 본인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지만 가족에게 정신과 시간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모든 사람, 특히 젊은 사람들이 낸 보험료로 운영하는 건강보험 또한 점증(漸增)하는 고령자의 의료비 과다지출로 재정(財政)이 매우 우려스러울 정도가 되고 있다는 것이 여러 통계 결과다.

고령자의 건강상태는 90% 정도가 본인이 그 동안 어떤 생활방식과 어떤 마음 자세로 살아 왔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의학적 연구결과다. 현 고령자들은 만성퇴행성질환 발생이나 건강의 결정요인들이 분명하게 밝혀지기 전에 대부분의 생을 살아와 미리 질병의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없었기에 연령에 비해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분들이 많다. 그러나 앞으로의 건강은 개개인이 현재 영위하고 있는 생활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 어느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좀 더 열심히 관리에 힘써 건강을 증진 내지는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자. 건강한 식생활, 육체적으로 활동적인 생활, 금연과 절주 그리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자. 그러면 그럴수록 건강이 좋아져 삶의 질이 향상될 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 지울 부담을 그 만큼 줄일 수 있게 된다.

매일 부지런하게 능력 범위 안에서 조금 더 걷기, 사회생활의 참여, 집안일하기와 같은 가벼운 육체적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긍정적인 삶을 살면, 또한 각 지역사회에서 마련하고 있는 각종 운동, 춤 그리고 요가 등에 참여하면 건강증진에 크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병원 이용률 소로 가족과 사회에 주는 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3.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합시다=고령자가 가정과 사회에 가장 부담을 많이 주는 경우는 아무 일도 안하고 하루 종일 집안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경우다. 가족과 이웃에 도움이 되는 어떤 일이든 역할을 담당하는 생활이야 말로 가정과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보람된 삶이다.

과거에는 주부가 주로 가사 일을 전담해 왔기에 가족의 다른 구성원, 특히 남성의 경우 잡다한 집안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고령자인 경우 어른으로서의 대접을 받기보다 집안 살림의 일부를 담당함으로써 가족 내에서 분명한 역할과 존재를 보여 주는 것이 가족 뿐 아니라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

할머니는 해야 할 일이 자연히 정해지지만 할아버지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독립 주택인 경우에는 할아버지가 정원을 가꾸는 등 여러 가지 할 일이 있겠지만 아파트나 다가구 주택의 경우 그렇지 못한다. 고령자 분들 중 집안 청소, 쓰레기 분리배출 등 가사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분들도 많다. 만일 노부부만이 산다면 가사 일을 두 사람이 고르게 나누어 함으로써 부부간 금실(琴瑟)이 좋아지고 건강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직업 일선에서 은퇴한 고령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돌려주는 봉사활동을 찾아 활동하자. 고령자의 봉사활동은 어떤 일보다 그에게 삶의 보람과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많은 연구결과다. 우리 이웃에는 소외계층 등 보살펴야 할 일들이 대단히 많다. 이러한 일들을 찾아 능력껏 봉사하면 삶의 보람은 물론 젊은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으며 건강과 행복도 누릴 수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밝은 표정과 인사 그리고 칭찬을 보내는 일도 고령자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4. 독립적으로 사생활(私生活)을 유지하면서 살아갑시다=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노부모들은 많은 경우 주부(主婦)는 물론 자녀 나아가 손자와 손녀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 관계는 애증(愛憎)관계로 보아야 한다. 가족 간에 아무 갈등이 없이 늘 화목하게만 지내기란 쉽지 않다.

요즘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가정의 경우 가족 간에 유대보다는 서로 부담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끼 식사를 가족에게 의존해야 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아파트 같은 폐쇄된 공간, 특히 소형 다가구 주택인 경우 가족 간에 사생활(私生活)을 독립적으로 영위하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손자 손녀와 이들이 어렸을 때는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성장해 가면서 점차 함께 나눌 이야깃거리도 줄어 사이가 자연스레 멀어진다.

건강과 경제가 허락된다면 독립하여 따로 살아가는 것이 가족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자신의 사생활을 확보하는 길이다. 부모의 70% 이상이 자녀들과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으며 자녀들에게 부양(扶養)은 물론 지원(支援)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사결과다.

앞으로 가족구조와 거주환경 변화는 물론 독립적인 사생활을 선호하는 고령자들이 점점 많아져 고령사회를 일찍이 맞은 여러 선진국에서 보듯 우리나라에서도 1~2인가구의 생활과 문화가 보편화 되어 홀몸 거주(獨居)가 고령자 삶의 대세가 될 전망이다.

많은 고령자들이 이미 홀로 사는 것에 잘 적응하고 사생활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어 이들은 가족과의 재결합에 대해 오히려 불편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자녀들과의 거리는 전화, 컴퓨터, 카카오톡 같은 SNS 매체를 활용할 경우 같은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것과 큰 차이 없이 지낼 수 있다. 가족과 따로 사는 것에 고독과 불안을 느끼거나 익숙하지 못한 사람은 고령자들이 모여 사는 곳을 택해 함께 사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5. 큰 소리 대화를 삼가고 몸과 입 냄새 예방에 힘씁시다=나이가 들면 성대(聲帶) 기능이 떨어져 목소리가 쉬고 작은 소리를 내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일상대화와 전화통화에서 큰 소리로 퉁명스럽게 이야기하기 쉽다. 여기에 청력이 감퇴되면 상대편 이야기가 잘 안 들려 더 큰소리를 내게 된다. 고령자들이 지하철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는 이유다.

큰 소리로 대화할 경우 주위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그러나 고령자 자신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화할 때 될수록 작으면서도 친절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령자가 되면 몸과 입에서 고령자 특유의 좋지 않은 체취(體臭)와 구취(口臭)를 풍겨 가족은 물론 주위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다. 체취는 노화로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져 피부에서 분비되는 각종 노폐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타난다. 고령자에게서 나는 이 같은 체취는 자신은 잘 느끼지 못하나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체취가 심하면 자녀들마저 가까이 하기를 꺼리게 된다. 몸을 자주 씻고 내복을 자주 갈아입으면 대개 해결이 된다. 소취제(消臭濟)나 은은한 향수도 도움이 된다.

구취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치주질환이다. 이에 더하여 침샘기능 저하로 오는 구강건조가 원인이 될 수 있다. 평소에 구강 관리를 잘하고 병이 있는 경우 곧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구강건조의 경우 침(唾液) 분비를 도와주는 보조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냄새가 심할 경우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6. 잔소리, 야단, 나무라기를 삼가 합시다=현대는 가치, 규범, 도덕 기준이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 세대 간 삶의 방법과 모습 그리고 가치관과 판단에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고령자가 생활해 오면서 얻은 지혜가 현 사회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젊은이들이 무엇을 잘못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이 때문에 주위 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서면 이를 바로잡으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차분히 설득하기보다 화를 내거나 큰 소리로 잔소리, 야단, 나무라기를 하게 되면 젊은이들이 반항하여 자칫 다툼으로 번져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꾸지람을 받은 젊은이는 물론 꾸지람을 한 고령자 자신도 함께 스트레스를 받아 오랫동안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심하면 세대 간 마찰의 원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

잔소리와 야단, 나무라기는 자녀와 며느리, 손자 손녀 모두에게 같은 이유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가정 내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늘 감사하며 웃는 모습과 고맙다는 표현을 생활화합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고령자가 보다 여유롭고 행복하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삶을 누리는 지름길이다.

7. 치매에 대비해서 미리 ‘사전 치매요양서’를 작성해 둡시다=치매는 뇌세포가 점진적으로 파괴되어 마지막엔 인간으로서의 인지기능이 완전히 소실되어 하등동물 수준으로까지 떨어지는 악성 질환이다. 치매는 올바르고 철저한 건강관리로 예방이 가능하지만 일단 발현되면 진행을 어느 정도 지연시킬 수 있을 뿐 현재로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치명적인 질환이다.

치매는 증상이 심해지면 집에서 장기간 돌보기가 대단히 어려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까지 부모가 치매에 걸린 경우 요양시설에 입원시키는 것을 불효로 생각해서 끝까지 집에서 돌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경우 가족 모두가 정신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되며 특히 전적으로 돌보는 책임을 진 가족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야하므로 자신의 사회활동을 포함한 모든 사생활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극단적인 결정을 하는 경우도 일어난다.

치매 부모를 돌봄으로써 생기는 가족 모두의 엄청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문요양시설에 입원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치매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의 중등도 이상이 된 경우, 형편에 맞는 적절한 치매전문 요양시설에 입원시키는 것이 결코 불효가 아니라는 것을 자녀들에게 인식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전치매요양의향서’를 작성해서 가족의 부담을 줄여 줍시다. 전문요양병원과 요양원은 훈련받은 요원이 환자를 돌보고 있어 집에서 돌봄을 받는 것 보다 훨씬 더 낫다.

8. 삶의 마무리를 잘 정리 합시다=인간에 있어서 죽음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잘 죽는 일이 잘 사는 일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맞이할까 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을 깨끗이 잘 정리하는 일이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의 말을 나누며 화해와 용서와 자비로 갈등 관계를 정리하자. 이를 위해 먼저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자.

재산분배 등 가족 간 분쟁소지가 될 만한 것들은 유언장 작성을 통해 지혜롭게 미리 잘 정리해 가족 간 불화의 원인을 없애자. 세상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는 것은 나이 들어 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따뜻한 위로와 평안 속에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 남은 가족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도록 노력하자.

9. 생명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연명만을 위한 의료는 거부 합시다=현 한국인의 죽음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부분 의료시설, 그것도 중환자실에서 맞게 된다. 우리가 원하는 죽음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며 편안히 맞이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특히 의료시설에서 죽음을 맞게 될 경우 인위적으로 호흡이나 심장박동을 복원시키려는 연명의료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의술이 편안한 죽음을 보장해 주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존엄성이 훼손되고, 고통스러우며 고독한 죽음을 맞게 되는 경우도 많다.

회복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호흡이나 심장박동을 유지시키려는 연명의료는 받지 않겠다는 자신의 뜻을 의식이 뚜렷할 때 ‘사전의료의향서’에 담아 치료결정에 반영하도록 하자. 이는 무의미한 연명으로 자신의 고통만 연장되는 불행을 막고 가족에게 여러 가지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의료진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현행 윤리와 법적 문제로 인해서 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가족과 보험재정에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임종은 가급적 완화의료와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를 선택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10. 장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미리 밝혀 둡시다=장례는 망자의 업적을 기리고 유족의 슬픔을 달래는 의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의 장례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 보여주기 식의 행사로 전락하였는가 하면, 상업적 목적에 편승해서 고비용구조로 가고 있어 가족과 사회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자녀들은 장례의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다 해도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이기에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 관행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례방법이 매장(埋葬)을 하던 시대에서 화장(火葬)으로 바뀌었고 유골 처리도 자연으로 돌리는 자연장이 대세이다. 그럼에도 고가의 수의(壽衣)와 관(棺)을 선호하는 잘못된 문화가 아직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의는 평상복, 관은 화장해도 아깝지 않은 평범한 좋은 재질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염습(斂襲)은 의료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할 경우 필요 없는 절차다. 당사자인 고령자들만이 이러한 폐습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앞으로 후손들의 성묘 역시 기대할 수 없다. 우리의 몸은 자연에서 왔기에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진정한 자연장이 되기 위한 산골(散骨)을 권한다. 미리 자녀들에게 ‘나의 장례는 이렇게 치러다오’라고 하는 ‘사전장례 의향서(事前葬禮意向書)를 써 유언으로 남겨 자녀들의 부담도 줄여주고 우리나라 장례문화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