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사고는 돈 안 나와”…고급차 오너들, 수리비 대려 보험사기

입력 2015-09-03 07:01
자동차 경주 도중 일어난 교통사고를 일반 도로에서 난 교통사고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낸 아마추어 카레이서들과 공업사·레커차 기사가 붙잡혔다. 경주장에서 벌어진 사고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고액의 수리비를 충당하기 위해 보험사기를 저지른 것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고급 외제차 오너들로, 취미로 카레이싱을 즐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3일 자동차 경주장에서 발생한 사고 수리비를 충당할 목적으로 마치 일반 도로에서 사고가 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챙긴 혐의로 김모(30)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총 1억1800만원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남 영암의 F1 경주장과 강원 인제 스피디움 경주장에서 일어난 사고를 일반 사고로 꾸며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인적이 드문 도로를 골라 사고가 난 것처럼 꾸미고 사진을 찍은 뒤 ‘동물을 피하려다 가드레일을 받았다’거나 ‘졸다가 하수구에 빠졌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490만∼23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은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BMW와 포르셰, 제네시스 쿠페 등의 고급차를 몰며 취미로 카레이싱을 즐기는 20∼40대 회사원으로, 경주장에서 매달 열리는 레이싱 대회와 ‘트랙데이(본인 차량으로 경주장을 달릴 수 있는 행사)’에 참여했다 사고를 당하자 수리비를 대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입건된 사람 중에는 아마추어 카레이싱 동호회 운영자인 공업사 업주, 차주와 공모해 교통사고 위장을 도운 레커차 기사도 있었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